반빈곤뉴스레터/2023.05

 

안전한 집을 위한 길

 

빈곤사회연대 윤영입니다. 오늘 길가를 지나다보니 산딸나무와 아카시아가 벌써 꽃을 피웠더라구요. 봄에는 산수유, 벚꽃, 이팝나무와 조팝나무가 꽃을 피우고나서야 산딸나무, 아카시아가 여름이 다가오는 소식을 알렸던 것 같은데 이르게 핀 꽃들은 벌써 여름에 닿았습니다. 한꺼번에 터진 꽃망울처럼 빈곤사회연대의 4월도 무척 분주했습니다. 차별없는 서울 대행진, 414 기후정의파업과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을 진행하며 더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가는 전세사기 문제에 대응하느라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이달 뉴스레터에는 빈곤사회연대가 보냈던 촘촘한 4월의 소식을 담았습니다.

2월 28일에 미추홀구에 살던 전세사기 피해자 한 분의 부고가 알려졌습니다. 대책위원회에서 함께 활동을 하기도 했던 30대 청년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정부에 대한 원망,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49제 즈음해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발족식을 앞두고 있던 4월 14일 또 한분의 피해자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17일, 또 한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실 이 뿐이 아닙니다. 미추홀구에서는 죽음을 시도했으나 이웃의 발견으로 어렵게 목숨을 찾은 분들의 이야기가 매일 아침 들려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만든 절망이 너무 깊습니다. 이 절망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옥을 정부는 왜 외면하는 것일까요.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겠노라 호언하더니, 특별법 제정은 절대 안된다, 피해주택 공공매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말도 안 된다 선전하다가 매일같이 말을 바꾸며 특별법도 제정하겠다, 공공매입도 하겠다 떠들다가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아주 까다로운 피해자요건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깡통주택, 전세사기로 인해 경매 절차에 들어간 세입자들이 홀로 이 과정을 감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안한 보증금 채권매입에 대해서는 ‘혈세 낭비’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채권매입은 선구제, 후회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은 무시하고 ‘금융질서를 흔들 수 있다’, ‘위헌적’이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고있노라면 그가 그토록 사수하려는 원칙이란 무엇일까 질문하게 됩니다. 시장의 실패를 떠안은 세입자들이 하나 둘 각자 쓰러지는 세상? 세입자에게 정보도, 보증금 보호 대책도 제공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각자의 운으로 버텨보라는 각자도생의 명령?

그런데 국가는 이미 기업들에게 같은 혜택을 주고 있더라고요. 피해자들이 보증금 채권 매입을 포함한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으라 울부짖을 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부실해진 부동산 pf증권 1조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주문했습니다. 시장의 실패에는 반응하면서 시민의 무너지는 삶에 개입하지 않는 정부의 매정함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라는) 두 피해자의 집에는 수북한 체납고지서가 있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서 체납은 해야 하기도,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저는 문득 체납고지서와 함께 발견됐던 수많은 죽음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른바 빈곤 사각지대의 죽음이 알려질 때마다 조사를 강화하겠다, 미리 발견하겠다고 설레발 쳤던 정부는 왜 지금 이렇게 뻔히 보이는 함정을 해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피해자의 죽음 이후 추모행진에 나섰던 시민들이 손에 든 구호는 ‘전세사기,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였습니다. 세입자로 사는 이들은 언젠가, 누구에나가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모두 직감하고 있습니다. 재발방지 대책 없이는 다시 반복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세입자에게만 살얼음판같은 세상을 바꿔야만 하고, 바꿔야만 살 수 있다고 지난 5월 1일에 함께 모여 노동절 사전 집회를 열었습니다. 여기 모였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도록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내일 5월 3일 저녁7시에는 용산 집무실에서 원희룡 장관의 집으로 행진합니다. 모두의 주거권, 안전한 집을 위해 전세사기, 깡통전세 특별법이 필요합니다. 그 길을 열어가기 위해 빈곤사회연대는 5월에도 숨가쁘게 달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지와 응원,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이 달의 빈곤사회연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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