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기후정의행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은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서울지역 참가단체들이 모여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요,
홈리스행동에서 활동하는 김인균님께서도 이 기자회견에서 참가의 이유를 발언으로 밝혀주셨습니다.
923 기후정의행진으로 함께 달려가실 준비 되셨나요?
빈곤사회연대는 쪽방주민, 홈리스, 세입자, 공공임대주택 주민들과 함께 <오래살자 공공임대 행진단>을 꾸려 참가합니다.
행진은 용산방면 3호차와 함께 합니다. 함께 행진하실 여러분을 두팔벌려 환영합니다.
오늘 인균님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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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홈리스행동과 함께하는 홈리스 당사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처음에 기후정의라는 말을 접했을 때 단어조차도 생소했고 내 삶에 투영시키고 생활과의 구체적 인과관계를 찾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합니다. 그저 환경론자들의 외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빈곤, 불평등, 주거취약, 비주거공간 등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모두 나와 연결돼 있음을 알아나가게 됐습니다. 현재는 창문 없는 서울역 근처 고시원에 사는데 7, 8월 여름 두 달간은 연일 폭염에 많은 날을 낮에는 서울역 대합실, 밤에는 열대야를 피해 상대적으로 선선한 지하도에서 잠을 청해야 했습니다. 있어도 성능저하로 유명무실한 에어컨, 그조차도 전기세 문제로 드문드문 틀어주는 관리인, 폭우로 인한 습하고 꿉꿉한 냄새로 들끊는 벌레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저에게는 극복하기보다는 피해야 하는 재난이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근처 쪽방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며, 거리생활을 해야하는 거리홈리스들은 따가운 눈치를 감내해야 하는 대합실이나 지하도로 몰려야 했고 그조차도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았던 거리홈리스들은 그 화염같은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자기 건강을 스스럼없이 해치고 있었습니다. 폭우 또는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들의 기본적 외부 일상활동을 위축시켜 끼니를 거르게 됐던 주변인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봄, 가을 체감이 너무나 흐릿해진 기후위기의 시대에 올겨울에는 또 어떤 극단적 이상한파가 올런지요. 가진 이들은 가볍고 따사로운 겨울옷을 사고 난방기를 틀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유독 가혹하여 많은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겨울입니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온전한 집이 있다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는 고난과 재난들인데 말입니다.
부의 양극화도 모자라 기후재난의 양극화까지 심화 되고 있는데 그 중심 연결고리는 극단적 주거 불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산증식의 수단이 된 집값 탓에 가난한 이들은 불안정, 비적정 주거에 살거나 ‘집이 아닌’ 쪽방이나 고시원 같은 ‘방’에 살거나 아예 거리에서 살거나 그러한 이유로 불편함과 고단함을 넘어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이나 기업에게 환경오염의 경각심 캠페인만을 할 단계는 한참 전에 넘어 버렸습니다. 그 책임소재를 물어 기후재난에 따른 재난 불평등 해결을 요구합니다. 정확히 재난피해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모두의 안전한 주거권을 보장하십시오!
더 이상 사회적 약자들의 몰빵 희생은 국가의 무책임과 무능 그리고 존재 의미를 부정하게 만듭니다.
주거권은 생존권입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해 취약한 주거는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을 더더욱 날카롭게 위협하고 일상을 피폐화 키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차별없이 보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