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중단하라!"
9월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아래 이재임 활동가의 발언문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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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이 올랐습니다. 지난해는 1인 가구 기준 7천원이던 것이 올해는 삼만 천 삼백원입니다. 이걸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듭니다. 가파른 에너지요금 상승세에와 비교해본다면 그 부족함을 금새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문제는 인상된 금액도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한 달이 아닌, 여름 한 철 3개월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에너지바우처는 잔여적인 복지라는 점입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에너지 요금은 방치한 채, 구매력 있는 사람들은 살 수 있는 만큼 사서 쓰고 그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 중 일부만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식 지원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에너지 요금에 대한 정부의 관점 전환을 요구합니다.
지난 5년간 한국 10대 재벌 대기업이 받은 전기요금 감면 혜택은 4조 2천억에 달합니다. 이는 동일 기간 에너지바우처 집행액의 네 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재벌 특혜, 에너지 불평등을 놔둔 채 평범한 사람들의 에너지 요금을 똑같이 올리자는 정부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누가 가장 피해를 봅니까.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에너지요금을 시장에 떠맡기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잔여적인 복지제도로 해결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과거 유럽에서도 시행됐으나 이미 실패로 드러난 주장입니다.
유럽의 반빈곤 에너지 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에너지 산업 민영화와 맞물려 유럽 빈곤 가구 소득 중 에너지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두배로 증가했습니다. 유럽인 10명 중 한명은 제대로 된 난방을 할 수 없고 다섯명 중 한명은 제대로 된 냉방을 할 수 없었습니다.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아예 납부하지 못 한 사람은 2019년에만 8천만 명에 달했습니다.
높은 에너지 비용은 단순히 일상의 불편함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제때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으로 조기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매년 10만명의 사람들이 추운 집 때문에 사망합니다. 한국보다 나은 복지망을 가졌다는 유럽에서 조차 이런 모습입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무더웠던 올 여름,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구급차가 출동했습니다. 꽉 막힌 쪽방의 더운 열기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속출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골목마다 쿨링포그를 설치하고 인근의 사우나를 이용해 밤더위 대피소를 설치한다고 했지만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선풍기라도 틀면, 집주인은 편의대로 만원 이만원씩 전기요금 명목으로 월세를 올렸습니다.
물, 전기, 가스, 교통, 교육과 의료 등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과 서비스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와 재화는 모두가 필요한 만큼 보장받아야 하며, 누구도 독점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민영화는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보편적 기본권을 빼앗는 동시에, 너무 비싼 값을 지불하게끔 만듭니다. 전 국민을 빈곤화하는 민영화, 가난한 이들의 일상을 더욱 가혹하게 만드는 민영화에 반대합니다. 에너지 요금 인상이 아니라, 모두가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에너지 공공성을 강화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