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곤뉴스레터/2023.01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

 

안녕하세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윤영입니다. 모두 새해 잘 맞이하셨나요?

지난 봄엔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하니 잘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찬찬히 시간을 뒤로 감아보았습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부터 12월 24일까지는 국회 앞에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을, 10월 1일에는 주거의 날 대행진을, 9월 24일에는 기후정의 행진을, 8월에는 반지하 수해 참사가 일어났고, 7월과 8월에는 아랫마을 이사로 분주했습니다. 2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기초생활수급자 24개 가구의 가계부조사 결과를 7월 1일 발표, 그 사이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빈곤사회연대 후원의 밤까지 많은 일이 지나갔더라고요. 아무리 곱씹어보아도 대선이 불과 지난 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난해는 유독 많은 이들을 떠나보낸 한 해였습니다. 창신동 모자와 반지하 수해참사, 고시원 화재참사, 수원 세모녀를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빈곤사회연대는 지난 해에 ‘불평등이 재난이다’라는 구호를 많이 외쳤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세계 각 보건기구들은 안정적인 복지제도와 평등을 위한 조치 그 자체가 사회 방역의 요소가 된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기후위기와 감염병, 전쟁을 비롯해 예측불가능한 재난이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재난의 결과를 증폭시키는 불평등, 그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어느 때보다 확연히 드러난 한 해였습니다.

비주택 거주민을 비롯한 주거빈곤층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한다던 윤석열 정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천억 삭감해버렸습니다. 국회 앞 농성장의 끈질긴 요구에 응답해 국토교통위원회는 삭감 예산을 전액 복구해 통과시켰지만, 결국 예산 증액권이 없는 국회는 전세임대 예산 6천600억을 증액시키는 수준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공공임대주택 유형 중에서도 전세임대주택은 정부가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 전세금을 대출로 지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즉, 다시 임대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 6천억만 복구되고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매입임대,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을 비롯한 주거복지를 위한 핵심 예산은 그대로 삭감되어버렸습니다.

농성을 마치고 국회 밖으로 나오니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거리에는 플랑카드가 참 많이 붙어있더라고요. 지역 개발 예산 00억 확정과 같은 내용이 많은 와중에 서로 감세를 많이 했다고 거대 양당이 자랑을 늘어놓는 한편, 6천 600억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증액했다는 자랑도 걸려 있었습니다. 우리 농성장의 싸움이 아니었다면 증액되지 않았을 일이니 그래도 해낸 바가 있다 싶으면서도,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예산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잦아집니다. 저는 사회운동은 우리 사회가 직면해야 하는 진짜 문제를 문제로 정의하고 사람들과 함께 그 해결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꾸만 이 과정이 옹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지지부진한 해결책만을 반복해서 얻어야 하는 것일가요? 빈곤을 만드는 이 세계의 구조 자체를 우리는 어떻게 문제로 지목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부지런히 앞질러 나갑니다. 똑같은 길이의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갑자기 2023년에 들어섰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이 황망함을 서로 감추기 위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일단 저는 ‘2023’이라는 이름의 새 폴더를 만드는 것으로 늦은 새해 준비를 시작해보았습니다. 날짜를 2022년으로 오기하는 횟수가 적어질수록 새해에 차차 익숙해지겠지요. 1월에는 용산참사 14주기 추모제가 열립니다. 한 해를 잘 평가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사무국 워크샵도 준비 중입니다. 2023년에는 더 넓은 연대로 큰 변화를 꾸려보고 싶습니다. 문제의 크기에 걸맞는 해결책, 그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만드는 새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말 소식지를 발송했습니다. 혹시 소식지를 받지 못하셨거나 주소 변경을 미처 알리지 못한 분들은 010-7797-8913, antipovertykr@gmai.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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