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 반빈곤뉴스레터

 

춥고 아린 11월을 보내며

 

안녕하세요! 뉴스레터로 두 번째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빈곤사회연대 이원호입니다. 벌써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입니다. 본격적인 맹추위가 시작된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가난한 이들에게 겨울의 혹독함은 계절의 변화도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매년 12월, 홈리스들의 처지와 같이 밤이 낮보다 긴 동짓날,  “더 이상 추워서 얼어 죽지 않고, 배고파서 굶어 죽지 않고, 치료받지 못해서 병들어 죽지 않는 세상”을 요구하며, 거리와 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서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홈리스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는 겨울을 목전에 둔 11월이 더 잔인한 달이 되었습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 조치에 따라, 재개발지역에서 11월은 매일 매일이 전쟁과 같은 날이기도 합니다. 3년 전 11월 30일, 세 번의 강제철거를 당하고 집을 나선 아현동 철거민 서른일곱 박준경은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는 유서와 함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전 그의 3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마석모란공원 열사묘역을 찾았는데, 잠시 든 따뜻한 햇볕이 반갑고 서러웠습니다.
지난 11월 4일에는 또 한분의 동지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잘못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맞서 싸우던, 수산시장 상인 나세균님이 곁을 떠났습니다. 2018년부터 진행된 수협의 명도집행을 이유로 한 용역폭력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했던 이였습니다. 임종 전날까지 농성장을 밤새 지키다가 급작스런 고통으로 응급실로 호송되면서도 ‘오늘 투쟁에 결합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습니다. 수협의 폭력과 시장 개설자 서울시의 직무유기로 인한 사회적 타살에, 동료 상인들은 눈물과 분노로 그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하지만 단 한마디 사과도 받지 못하고 나세균을 떠나보낼 수 없다며, 상인들은 시청 앞 맨바닥에 분향소를 차리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청을 지나실 때. 핫 팩을 전해주셔도 좋고, 고인에게 향을 올려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무거운 인사가 되었네요. 제 마음도 춥고 아린가 봅니다. 그래도 함께 싸우고 소리치고, 의지하며 힘을 받았던 날들도 많았습니다. 춥지만 마음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바라며,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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