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 반빈곤뉴스레터

 

잘 절망하고 꾸준히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후원회원 여러분! 윤영이에요. 저는 2010년부터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했는데요,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올해로 11년차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11년, 경우에 따라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저로써는 꽤 긴 시간을 보냈는데요, 빈곤사회연대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에 여기서 11년을 보낼 것이라고 상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생은 어찌나 예기치 않은 일들로만 가득 차는지요! 지난 11년 중 8년간 사무국장직을 맡아왔는데요, 올해부로 종료하였습니다. 이제 성철활동가가 사무국장 직분을 맡게 되었고 저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로 계속 살아갑니다. 이래저래 나름 감회가 새로운 해입니다.

그간 잘 해왔을까요? 현실을 보면 모르겠습니다. ‘빈곤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책임임을 밝히는 비판 선언’임을 선포하며 2004년 빈곤사회연대가 발족한지 17년이 흘렀지만 오늘도 사람들은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가난의 비용은 날로 비싸집니다. 빈곤을 철폐하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일축당하고, 우리의 대안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은 점점 더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더 슬픈 것은 평범하게 살기 위해 매일을 죽을 듯 노력하는 사람들조차 빈곤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이해한다는 점입니다. 엘지트윈빌딩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기사에 달린 ‘청소일 하면서 뭘 기대 했냐’라든지 ‘노후대책도 안 세워놓고 뭐 했냐’는 비아냥을 볼 때마다 마음이 휘청입니다. 오랫동안 경쟁적인 문화에 길들여진 (저를 포함한)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말하기보다 서로와 스스로를 적대하는데 익숙해져버린 것 같습니다.

미국 청년들의 노동경험을 분석한 <커밍업 쇼트>는 집단적으로 보호받은 경험이 없는 이들이 실패와 탈락에 대해서 더 냉혹해질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우리’가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권리를 이해하는 세계관, 평생에 걸쳐 겪은 신자유주의 아래 낙담과 배신의 경험은 아주 깊은 층위에서 우리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런 곤란함을 다독이며 새로운 연대, ‘우리의 권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정말 가능할까요?

별로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 때는 아닙니다. 10년 전의 잊고 싶은 서울 시장이 다시 후보로 나온 지금, 개발 공약 일색 보궐선거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절망이 꼭 나쁘지는 않지요. 잘 절망하는 것은 가짜 희망으로 서로를 속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일도, 정치도, 역사도 생물처럼 완전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활동은 그 언젠가를 향해 오늘도 무엇인가를 꾸려가는 일인 것 같아요. 만약의 시간을 기다리면서 빈곤사회연대는 오늘도 할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3월이 지나는 것은 새해의 꼭지를 뿅 따는 기분이에요. 올해도 이런 저런 계획을 하나하나 실천하며 세상만사에 대한 걱정을 한가득 그러안고 시시때때로 절망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분에게 그런 마음이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오늘도 이달의 반빈곤 뉴스를 전송합니다!

* 미얀마 기금 1차 전달 결과를 공유합니다 https://url.kr/7213dy

 
 

이 달의 빈곤사회연대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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