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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옥(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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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여기에 오는데 어떤 건물벽에 붙은 '꿈이 뭐에요?'라는 간판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왜 비아냥처럼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 우리 사회가 우리들에게 

'꿈은 뭐에요?'라고 물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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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자녀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이 싫어서 나왔습니다.

잡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기를 포기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된 교육, 적절한 교육 받기를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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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포기한 나머지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친구를 포기하고 선생님을 포기합니다.

뿐만 아니라 취미를 포기하고 여행을 포기합니다. 직장을 포기하고 안락한 노후를 포기하고 

자기의 존엄을 누리며 살다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포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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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우리 중 누구라도 감염되면 가족전체에 큰일이 나기에, 다들 집에 꽁꽁 묶여 살았습니다. 

이것이 지나가면 다시 일상을 회복할거라고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그러나 무정한 세월이 지났습니다.

저희아이들이 공공의 공간을 잃어버린지 열달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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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졌습니까? 가정으로 돌아온 아이들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자해했습니다.

그들 스스로의 아픔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린

어미가 자기 아이와 함께 무참히 세상을 등졌습니다. 3월에도 6월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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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또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바깥을 나가자고 보채던 아이들이 창밖을 문밖을 바다보다가 

6층에서 8층에서, 9층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무엇이 너희들을 답답하게 했는지 무엇이 

창밖으로 발을 내딛게 했는지 저희들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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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완화되었습니다. 공공의 공간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이 사회 공간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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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누군가 힙겹게 살고 있고, 누군가 자기 표현을 하기 힘들고, 누군가 가난해서 희망을 가질수 없고,

누군가 살아도 그만 안살아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이 사회에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회는 빈곤입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빈곤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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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가진 저희 아이들이 평등한 나라에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떠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얼굴을 한 평등한 나라, 빈곤이 사라지는 나라를 위해서 저희도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