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철폐를 위한 '몫소리', 숨은빈곤찾기는 계속돼야


[빈활참가기](3) - 빈민당사자들만의 몫이 아닌, 빈곤철폐 투쟁


강성래(빈활기획단)  / 2008년07월16일 13시07분





2008년 여름 빈곤철폐현장활동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7박 8일이라는 주어진 시간동안 행하는 빠듯한 일정인지라 잠시 들르는 투쟁현장마다 아쉬움을 남기고, 뒷날을 기약하며 떠날 수밖에 없다.


부천 약대동 철거촌의 건물 잔해와 곳곳의 쓰레기더미, 철대위 회원들의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결의에 찬 눈빛을 뒤로 하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투기자본과 건설자본의 이득 말고 진짜 사람을 위한 개발이 과연 이 땅에 존재할까.
씁쓸한 마음과 분노를 가눌 길이 없다.


오늘의 일정은 영등포와 서울역 인근에서 행해진다. ‘빈중빈’이라는 표현을 쓰면 적절할까? 바로 빈곤의 벼랑 끝에 거리로 혹은 바닥의
주거환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노숙 그리고 쪽방에서의 활동이다. 어쩌면 한 때 단란한 집을 가지고 소박한 꿈을 품으며 자신의 생계를
꾸려갔을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 의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거리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단지 지저분한 거리의 부랑자쯤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조건이 나와 다르다 해서 그/녀를 타자화하거나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빈곤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것은 가진 자들의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의 탓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가 배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건설 투기자본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을 지켜온 주민들을 위한 재개발이라면, 장애인을 격리해 감금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마주칠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생각한다면, 생계를 위해 노점을 하는 사람들을 거리의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다면,
과연 세상이 지금과 같았을까?


노숙인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IMF 이후 대거 늘어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녀들 역시 명백한 사회구조의 산물이다. 제대로 된
주거대책과 일자리 마련은 고사하고, 밑도 끝도 없이 거리에서 쓸어버려야할 존재로만 바라본다면 이는 사회가 양산해낸 빈곤과
차별의 문제를 은폐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행하는 개발정책은 어떠한가?


경제문화도시마케팅을 한답시고 도시환경을 미화하기 위해 노숙인은 사라져야 한단다. 취약한 의료지원, 공권력에 의한 폭력과
불안정한 일상에 노출된 이들에게 순찰대를 운용하여 생존을 위협하고, 거리급식을 통제하며 감금과 다를 바 없는 시설 입소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인 것이다.


7박 8일의 빈활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듣고 보았다. 이 땅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리고 죽음 아니
어쩌면 죽음보다 참담한 목숨 부지를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던 철거민, 노점상, 노숙인의 현실...


빈곤의 문제가 사회구조의 문제이듯, 빈곤철폐를 위한 투쟁 역시 도시빈민 당사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두 달여간 지속되어오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도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이기적인 함성은 아니지 않았던가. 이제는 뉴타운,
경제문화도시마케팅, 디자인거리, 한강르네상스 등의 화려한 개발의 수사 뒤에 감추어진 반민중성을 직시하자. 절망의 빈곤을
갈아엎는 힘은 고통 받고 차별받는 민중들과의 너른 연대에 있다. 해단식을 끝으로 7박 8일의 숨가쁜 일정은 끝났지만
이 시대의 빈곤을 철폐하기 위한 희망의 연대, 숨은빈곤찾기는 계속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