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철거촌 이야기

[빈활참가기](1) - 상도동 철거대책위 주민들과의 만남


김민석(빈활참가단)  / 2008년07월02일 14시36분


빈곤사회연대가 지난 6월 29일부터 '2008 여름 빈민현장활동 - 숨은빈곤찾기'를 시작했다. 매년 여름과 겨울 진행되는 빈민현장활동은 개발로 인해 쫓겨난 철거민, 노점상, 거리에서 죽어가는 노숙인 등 빈민 당사자들을 비롯해 사회단체 활동가들, 대학생 등이 참여하며 이번 활동은 7월 6일까지 7박 8일간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 글은 빈활 2일차인 6월 30일의 참가 수기다. - 편집자 주


2008년 빈활 그 시작

2008년 빈활의 둘째날이 밝았다. 참가단은 첫날 건국대에서 오리엔테이션과 앞풀이를 간단하게 진행하고, 아침 일찍 상도 4동철대위 동지들과의 연대를 위해 상도 4동으로 출발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공부한 것을 실천할 기회는 숙소를 출발한지 10여 분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우리를 찾아왔다.


참가단은 상도 4동으로 이동하기위해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대학생들이 빈곤차별현장활동에 참여하는 목적과 노점상, 철거촌, 장애인시설 문제 등 현재 우리사회에서 빈곤과 직면해 있는 현장의 이야기들, 그리고 전사회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빈곤의 문제들을 발언해내며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제각기 목적지로 가던 시민들이 참가단이 나눠주는 신문을 보는 모습을 보며, 첫 실천을 알차게 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숭실대입구역에 도착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참가단을 격려해주셔서 기뻐하는 후배의 모습을 보니 나 역시도 더 힘차게 더 많은 실천들을 해보자란 다짐 아닌 다짐을 하였다.

▲  빈민현장활동 둘째날인 6월 30일, 상도동을 찾은 빈활 참가단


상도 4동으로


숭실대입구역에서 내린 우리는 바로 상도 5동으로 이동해 연대단위 동지들의 환영 속에서 발대식을 시작했고, 연대단위 동지들의 힘찬 연대발언과 함께 우리는 상도 5동에서 상도 4동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하지만 행진을 하면서, 빈활 발대식을 상도 5동에서 진행한 이유가 평소 상도 4동 철대위 동지들이 집회를 하던 장소를 용역들이 먼저 집회신고를 해버리는 바람에 발대식을 상도 4동에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는 참가단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철대위 동지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이는 약과에 불과했다는 것을 안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용역들의 폭력사태가 일어났었으며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경찰에 항의를 해도 경찰이 주민들이 당한 피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용역들의 편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현장을 처음 접하는 참가단 동지들에게 “아직도 이런일이..”라는 탄식을 자연스럽게 자아냈다.


빈활 일정을 시작한지 이틀, 실천활동을 시작한 지 반나절도 안된 짧은 시간만에 느낀 일이었다. 출발할 때의 즐거움과는 다른 현실의 무거움을 느끼며 이 막가파식 개발이 철거민들에게 어떤 현실로서 다가오고 있으며 이 투쟁이 얼마나 긴박한지에 대해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묻지마 개발? 우리는 질문을 던진다!


상도 5동에 도착한 우리는 주민들이 준비해주신 맛있는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오후일정을 시작했다. 주민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지고 우리가 살고 싶은 집이란 주제를 통해 주거권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이고 그 조건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의 인권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히 이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정책들이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으며 얼마나 심각한 지에 대해 공유했다. ‘많다. 왕따, 쫓아낸다. 퍼주다’란 4가지 테마로 진행되었던 교육은 빈곤의 양태들을 부분부분 나누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알게해주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주민 분들과 함께 오후일정을 수행하면서 여태까지 몰랐던 상도 4동의 실태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참가단에게는 현실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그 모순들에 대한 분석이 함께 진행되고 실천적인 토론의 장이 되어서 알찬 시간이었으며, 빈곤 문제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해주었다.


상도 4동의 현실을 우리의 눈으로


이렇게 교육을 마치고 우리 참가단은 마을꾸미기 활동과 선전물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필자가 속한 조는 마을을 꾸미는 작업을 맡게 되어, 6월 24일 마을을 돌며 학생단위 교양을 할 때 만들었던 선전플랜카드를 마을 곳곳에 부착하고 주민들에게 빈활참가단이 상도 4동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이 작업을 하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작업을 하면서 필자를 비롯해 마을꾸미기 작업에 참가한 우리들은 마을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봤었던 좁은 골목과 오르막길, 용역들의 무자비한 철거에 의해 폐허가 된 집터, 철거작업을 위해 지붕 위부터 마당까지 천막을 씌워 놓은 집, 주민들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선전물들과 벽에 써져있던 글씨들, 우리를 반겨주었던 주민들의 환한 웃음, 심지어 괜히 친한 척 하며 플랜카드를 설치하는 참가단을 걱정(?)해 준 용역까지...


대학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을 필자는 오늘 느끼고 경험한 것이다. 순간 빈활 참가를 위해 사전교양을 하면서 ‘지금 느낀 생각들과 경험들, 그리고 주민들의 삶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을 해보며 나 자신이 느끼고 있던 빈곤이, 그리고 빈활을 참가하는 동지들에게 말했던 내가 이해하고 생각했던 빈곤이 얼마나 협소하고 부족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과거 선배들 혹은 오늘 동지들이 “철거촌의 상황은 들어가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선전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주민들이 준비해 주신 저녁을 먹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를 통해 주민들과 철거와 빈곤의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고 참가단 동지들 역시 의문이 가던 점들을 해결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단은 이 과정에서 개개인들이 가졌던 수많은 고민들을 풀어나갔으며 왜 이런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 혹은 생기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막가는 개발


서울시 전체가 공사판이 되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뉴타운만 해도 기가 막힌데, 재개발 요건을 완화해 재개발지역을 더욱 늘리겠다고 한다.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해 서울시 의회에 계류 중인 ‘재개발 조례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뉴타운에 준하는 도시개발이 22곳에서 진행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원주민 재정착율이 20%도 되지 않는 뉴타운사업을 통해서,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은 결국 소수의 자본과 그 자본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사업인 것을 확인했다.


못사는 사람들의 터전은 대책도 세우지 않고 파괴하고 그 곳을 투기꾼들의 투기장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정녕, 누구를 위한 주거환경 개선이며 재개발 사업인가?


빈곤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이러한 개발주의로 인해 수십 년간 살아온 마을에서 쫓겨나야 하는 사람들이 당면한 핵심 문제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더 이상 서울, 수도권 주요도시들에서 재개발 계획이 없는 서민밀집거주지역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개발 유랑민들은 더 먼 곳, 혹은 비닐하우스촌과 같은 최저주거기준 미달의 비공식, 무허가 주거지역으로 몰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나마도 요원하지 않다. 그들의 개발 정책에는 쪽방, 비닐하우스촌과 같은 비공식, 무허가 주택지마저도 투자가치가 높은 전략적 개발지역으로 삼고 있어, 2010년까지 대대적 강제철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에 미친 그들의 막개발은 계속된다.


결국 서울시 전체를 ‘공사 중’으로 만드는 개발정책의 속도조절 없는 가속화로 수십년간 살아온 마을에서 쫓겨나는 대규모 개발유랑민이 발생하며, 그들이 이주할 저렴한 주택지나 무허가 주택지마저 사라져, 곳곳에 산재한 열악한 주거지로 뿔뿔이 흩어진 채 감춰진 주거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2008 절망의 빈곤 넘어 희망의 연대로!


빈활참가단이 활동한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우리는 또 이 기간 동안 어떤 경험들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을까? 많은 생각들이 든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말하고 싶다. 정말 힘든 일정이고 숙소는 집보다 불편하지만 이를 묵묵히 이겨내고 힘들지 않다고 외쳤던 참가단의 모습들이다. 이제 연대의 희망은 불꽃이 되어 커져만 가고 있으며 이 불꽃들은 투쟁의 들불이 되려한다. 이 들불이 되려하는 희망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우리는 앞으로 남은 일정들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우리의 힘찬 투쟁으로 남은 일정동안 즐겁고 알찬 빈활, 절망의 빈곤을 넘어 희망의 연대로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