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누구 하나 죽어 나가야지 이 싸움이 끝날 거야"
"그런 소리 하지 말아 말이 씨가 되지."
"삐삐 왔네, 확인하고 올께…."
"뭐라고? 누가 죽었다고?“
‘장애인자립추진위원회’ 소속 아암도 노점상인들이 1995년 11월 24일 노점 강제철거에 맞서 망루에 올랐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장애인 빈민의 노점단속을 위해 2억 2천 4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철거비리와 폭력으로 악명 높은 용역업체 무창과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과 용역은 인근 도로를 완전 봉쇄하고 한겨울 삭풍에 물을 뿌리고 포클레인으로 위협하는 등 망루 농성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11월 28일 아암도 앞바다에 시신이 떠올랐다.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 스물여덟 청년이었다.
그는 극한의 망루에서 탈출을 시도한지 사흘이 지나 망루에서 불과 70여미터 떨어진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발견 당시 그의 손은 로프줄에 묶여 있었다. 경찰은 영안실 벽을 부수고 시신을 탈취해 강제부검을 강행했다. 그리고 발표된 사인은 ‘익사’
이덕인의 가족은 그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25년간 거리를 헤매왔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덕인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공권력의 위법한 행사로 사망” 하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배·보상 심의 신청은 기각됐다. “노점상에 대한 폭력단속이 지자체의 고유 사무”라는 황당한 이유였다.
이덕인의 죽음으로부터 26년, 노점상에 대한 살인적 단속은 여전하다. 지자체들은 억대 예산을 편성해 용역폭력을 구입한다. 문재인정부에서 발생한 첫 국가폭력에 의한 죽음은 강북구에서 자판에 갈치를 팔던 노점상인이었다.
혁명, 혁명하라!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그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과거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고 오늘이 없는 과거가 있을 수 없다. - 이덕인 열사 일기장 중에서
이덕인열사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노점상인과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넘어선 생존권을 위한 현재의 싸움이다. 2021년 3월10일 이덕인의 의문사 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조사를 신청 접수한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을 염원하는 이들의 기대를 더 이상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