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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마을 용산시대를 열며

빈곤운동 및 홈리스야학 공간인 아랫마을을 아끼고 지지해주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랫마을이 이사를 왔습니다. 주춧돌이 되어주시고 기둥이 되어주셨던 여러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 그대로 안고서 말입니다. 2년 전 주춧돌 600 여 분께서 모아주신 소중한 기금과 여섯 단체의 전 재산이라 할 만한 각자의 보증금을 모아 아랫마을은 서대문구 충정로 2가에 터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건물주의 담보부채로 계약기간 2년도 채우지 못한 시점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비영리단체라는 한계와 저희의 미숙함으로 세입자로서 아무 권리도 가질 수 없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결국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기듯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인과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저희의 운영 미숙이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아랫마을 소속 각 단체와 활동가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로 반 년 여를 지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질책도 하시고 안타까워도 하셨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장기투쟁에 돌입해야 하는가 하는 많은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반빈곤운동을 지속해나가야 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홈리스 야학의 학생들이 불안한 상태로 공간 없이 떠돌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어렵게 얻어 빚을 떠안고 계약을 하고 활동가들이 몇 주간 온종일 땀 흘리며 공사에 매진하였습니다.

 

랫마을에서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적게는 만원, 이만 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 원씩 쌈짓돈을 내어주신 아랫마을 주춧돌 여러분, 반빈곤운동을 지지, 후원하겠다는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주신 여러 노동사회단체…. 아랫마을이라는 공간은 여섯 개 단체의 활동의 거점이었습니다. 빈곤과 홈리스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으로서 해방감을 맛보겠다고 모여든 홈리스 야학 학생들과 그를 지원하는 교사, 활동가들이 모였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등 빈곤이 일상화되어버린 시대에 서로의 요구를 함께 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함께 했던 수많은 노동사회단체들이 모였습니다. 아랫마을은 가난한 이들의 소액파산조차 도덕적 해이로 낙인찍는 세상에서 갈 곳 없는 금융피해자들의 손 내밀 곳이었고, 어려운 시대에 새로운 사회를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사회운동의 활동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 촉구 청원서를 밤늦도록 복사하고, 서울역 홈리스퇴거조치에 대항하는 집회의 피켓을 만들어내던 공간이었고, 매주 거르지 않고 수년째 이어오는 노숙 현장활동에 가져나갈 커피 물을 끓이고, 1017 빈곤 철폐의 날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하며 깔깔깔 함께 웃던 공간이었습니다.

 

소중한 아랫마을이라는 공간을 지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힘을 내려 합니다. 빈곤 철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나올 수 있도록, 어렵게 시작된 홈리스 대중운동의 발걸음이 멈춰지지 않도록 반빈곤운동 및 홈리스 야학 공간으로서 아랫마을은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이상림 열사 가족이 운영하던 레아호프를 용산참사 투쟁의 거점으로 만들면서 ‘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 라는 문구를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지겹도록 현장에서 마주했던 인간들이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는 용산경찰서 바로 옆에 아랫마을의 새로운 터를 잡았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형님 구속 및 온갖 레임덕 현상에 이제는 욕하기도 지쳐버린 무기력한 정권이 되었지만, 용산은 여전히 시대의 진실로 서슬 퍼렇게 남겨져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산의 개발은 멈춰있습니다. 참사 이후 355일 동안 장례도 못 치른 유가족, 함께 죽임당했다고 생각하며 저항했던 우리들의 시간이 멈춰져 있던 것처럼 저들의 시간도 멈춰져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시간입니다. 자본과 권력의 야만의 시대를 넘어 가난하고 평범한 우리들이, 노동자민중이 주도할 시간을 위해,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반빈곤운동 및 홈리스 야학 공간 아랫마을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070-4123-0761)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070-4250-0530)

빈곤사회연대 (02-778-4017)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02-3144-4736)

이윤보다 인간을

홈리스행동 (02-2634-4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