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전문: https://docs.google.com/document/d/1CR0fCYtSW1SUQCuZ9qBjGr4MFYxQHLEjgqhRCgXGoIo/edit#


집 없는 이들에게 집다운 집을! 공공이 주도해서 공급하라!


‘여기 사람이 있다’ 


이윤을 위해 원주민의 주거권과 생존권을 짓밟아온 개발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용산참사 11주기 당일, 영등포 쪽방촌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가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이번 계획은 세입자의 주거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공공의 주도 하에 개발을 진행한 후 기존에 살던 쪽방 주민들이 재정착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과거의 폭력적인 재개발과 단절된 큰 개선책이라 평가받았다. 이후 대전과 부산의 쪽방촌도 이와 같은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 사업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의 나머지 4개 쪽방지역에 대한 공공의 개입 계획은 요원하기만 하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이 새로운 집에서의 삶을 기대할 때, 남대문경찰서 뒤편 쪽방 주민들은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으로 퇴거 위기에 몰렸다. 세입자에 대한 정당한 이주보상을 회피하여 개발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건물주와 관리인들의 예비퇴거조치들로 쫓겨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서울시나 정부의 개입은 전무한 실정이다. 바로 옆 동자동 쪽방촌은 지난 5월 특별계획구역 해제로 당장의 퇴거위협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창신동 쪽방촌은 정비예정구역으로 정비계획이 수립중에 있다. 열악한 쪽방촌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공공의 손은 멀기만 하고, 개발에 뻗치는 민간의 손은 가까운 상황에서 여전히 강제퇴거의 위협은 쪽방촌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편, 공공의 주도하에 진행되는 개발 이후 주민들이 재정착할 ‘집’이 과연 ‘집다운 집’인가에 대해서도 우려가 된다. 지난 11월 19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쪽방촌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공공주택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표준평면안을 발표했다. 쪽방촌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거창한 수사와 달리 1인 가구 기준안이 주방이 제외된 14㎡형과 주방을 포함한 15㎡형으로 최저주거기준을 겨우 충족한 수준이었으며, 주택공간에서 각 실의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원룸형 설계였다. 또한 1인실 15㎡형을 제외한 모든 표준평면은 화장실, 거실 등을 공유할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었다. 영구주택으로 제공될 공공주택으로는 면적도 기능도 불충분할 뿐더러 공유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기 까지 했다. 



홈리스는 집이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집다운 집이 없어 스러져간 이들을 기리는 홈리스추모제를 앞두고 우리는 홈리스들에게 집다운 집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민간에 맡겨진 개발의 폐해는 이미 넘치도록 증명되어 있다. 민간이 아니라 공공이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개발을 통해 쪽방촌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라. 서울시내 쪽방촌에 대한 공공의 개입 계획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그리고 공급될 공공주택은 기존의 쪽방을 겨우 면한 수준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 충분히 집다운 집으로 면적부터 다시 구상하라. 


2020년 12월 16일

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