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건강보험공단은 생계형 체납자 결손처분 확대하고

징벌적 제재 중단하라

 

 

의료보장의 한 축인 건강보험은 보험료 부담능력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강제적용 되며 성별계층지역 구분 없이 균등한 급여혜택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원리로 삼는다다만건강보험은 경제적 수준에 따라 누진적 부과를 하는 세금과는 달리 능력에 따른 비례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부담능력 반영이 세밀하지 못할 경우 보험료 부담의 역진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는다건강보험의 자격유지와 부담능력은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경제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특히실업이나 빈곤열악한 근로조건 등 사회적 위험에 장기간 노출되었거나 불리한 조건이 고착화된 계층에 대해서는 제도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현재 건강보험에는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12~’15년 기준으로만 보아도 누적 체납자 수는 무려 405만명(216만세대)에 이른다건강보험료 6회 이상 장기체납으로 급여제한에 적용되는 대상자 규모이다지역가입자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체납액이 있는 가입자의 자격변동을 모두 고려한 실체적 수치로 건강보험 체납자 규모가 간과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문제는 이들 장기체납자의 월 평균 체납액이 4만 7천원으로 5만원 미만의 생계형’ 체납이 대다수이며월 3만원이하의 보험료 체납도 50%를 차지하고 있다누적체납 횟수도 평균 36.3회로 소액의 보험료 체납이 만성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또한가족의 납부의무를 계승한 미성년자청년층 체납 규모도 4만 7천명에 이르며체납자 대부분이 잦은 자격 변동과 짧은 자격 유지기간을 보이고 있어 노동시장의 빈번한 진입이탈 등 불안정한 고용상태 등에 직면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생계형’ 체납은 사회경제적 조건이 취약한 계층에게서 발생하는 반복적이며 고착화된 문제이고, ‘소액의 잦은 체납’ 이 일반화 되어 있어 사실상 보험료 납부능력이 절대적으로 결여된 계층이라고 보아야 한다그렇다면, ‘가입자의 수급권 보장’ 관점에서 문제 해결과 대책을 마련해야 하나오히려 건강보험공단은 적극적인 추심자’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급여제한’, ‘연체가산금 부과’, ‘부당이득금 징수’ 와 같은 징벌적 성격의 중복적 제재는 생계형 체납을 양산하는 또 다른 구조적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이미 국민권익위원회(2008)는 불이익이 강력하며 중복적 규제라는 문제의식 하에 급여제한 유예 등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으나건강보험공단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건강보험공단은 성실납부자와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앞세우면서 현재와 같은 징수방식을 정당화 하고 있다그러나, ‘고액 상습 체납자의 징수율은 10%내외로(‘14~’16년 현황)매우 저조하며건강보험 가입자 전체 보험료 징수율이 99%를 초과하는 상태임을 감안한다면이 같은 주장은 불합리하며 상대적으로 없는 사람들을 짜내는 구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는 건강보험공단이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와 대책을 수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첫째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대대적인 결손처분을 단행 하라.

 

오는 7월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시행되더라도 생계형 체납자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부과체계 개편으로 그동안 누적된 체납액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체납금 해소가 안 되는 상태에서 이와 맞물린 연체금 부과 및 부당이득금 징수 등 중복적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결손처분 확대를 중심으로 별도의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나, 2016년 기준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한 지역 체납보험료 결손처분 승인 세대수는 73,976세대에 불과한 수준으로 건강보험공단 통계 기준 145만세대 생계형 체납자중 약 5%에도 못 미치고 있다지난해정부는 연소득 100만원이하 저소득 체납자 20만명에 대한 결손처분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으나(경제관계장관회의, 2017.9), 참여정부 시절 생계형 체납자 829천세대를 대상으로 결손처분을 시행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1/4에 불과한 규모이다현재 400만명 규모의 생계형 체납자 현실을 고려하면 범위와 대상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결손처분이 단행되어야 한다.

 

따라서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하고 있는 지역가입자 연소득 500만원 이하 6회 이상 체납자’ 145만 세대에 대한 결손처분을 즉각 단행(약 1조 7천억원)할 것과기초생활수급권자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징수대상인 계층에 대해서도 결손처분을 전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둘째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징벌적 제재를 즉시 중단하라.

 

우선건강보험료 체납에 따른 급여제한과 부당이득금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이미 연체금 부과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적용되는 중복적이며 과도한 제재조치이며 부당이득금을 통한 징수율 제고 효과도 매우 제한적(약 2% 수준)이다급여제한과 부당이득금 징수는 사실상 의료이용을 제한하는 장벽이고 취약계층의 의료이용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징벌적 수단으로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반인권적 제제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또한, ‘압류절차에 있어서도 국세징수법에 근거한 압류금지 규정(소액 예금 채권 압류 금지)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건강보험공단은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압류 후 당사자 소명이 있는 경우에 이를 해제하고 있으나엄밀히 보면 이는 법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150만원 이하 잔액보유자에 대해서는 압류를 금지하고 기압류자에 대한 압류도 즉각 해제해야 한다.

 

미성년자 연대납부 의무’ 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미성년자에 대한 독촉·압류와 같은 반인권적 징수 행태는 이미 작년에 드러난 사항으로 아동보호시설(그룹홈 등)에서 생활하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체납 보험료에 대한 연대책임을 부과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이 문제가 불거져 나온 이후 소득 없는 미성년자’ 연대납부 의무는 폐지되었으나(‘17.4). ’생계를 위해 근로를 해야 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연대납부 의무는 지금도 존속되고 있다불가피하게 노동현장에 내몰린 미성년자에게도 보험료를 강제하는 것이 사회보험 원리에 적합한 징수방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분할납부제도‘ 또한 제도개선 사항이다현재 체납보험료의 분할납부기간은 최대 24개월로 한정하고 있으나이 같은 분할납부기간은 연장될 필요가 있다체납 보험료를 납부할 의지가 있는 가입자도 존재하는 것으로 최대한 분할납부로 통한 완납이 가능하도록 기회 제공은 보다 넓혀주어야 한다또한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분할납부를 법률적 근거가 아닌 공단 내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체납급액의 일정금액을 일시납부할 경우에만 분할납부 신청을 승인하거나공단 재량에 따라 신청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이 같은 공단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징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정부는 공공부조 제도를 확대하여 생계형‘ 체납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생계형‘ 체납의 발생은 근본적으로 기여책임을 부여하기 어려운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료를 강제하는 왜곡된 의료보장 운영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생계형‘ 체납 세대는 보험료 부담능력이 절대적으로 결핍된 계층이며 불안정 고용과 실직파산을 빈번하게 경험하는 등 사회경제적 위험요인에 노출된 세대가 주를 이룬다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취약성이 오히려 의료보장의 배제 요건이 되는 모순적인 제도운영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기여를 전제로 하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수급권이 아닌 의료급여 수급권자로서의 자격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7년 기준 148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약 3%가 적용된다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비율)이 15%수준임을 감안할 때 1/5에 불과한 것으로 엄격한 자격기준이 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OECD에서도 제도개선을 권고하는 사항이다정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기준 중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여 수급권자 규모를 확대하고 생계형‘ 체납자의 수급권자 전환을 유도하는 제도적 개혁을 지금 즉시 단행해야 한다-

 

 

 

2018년 3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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