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할리 없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할리 있겠습니까.

지난 10일, 광주에 사는 한 장애인이 또 사망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장애등급심사에서 탈락한 뒤 활동보조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불과 15분만에 진화 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죽어버렸습니다. 故김주영동지와 파주의 남매 지우와 지훈을 떠나 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렇게 또 소리없이 사람이 죽어 갔습니다.



안녕할리 있겠습니까.

지난 9월, 신장투석환자였던 한 가난한 아버지가 딸의 취업으로 인한 수급탈락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는 월 백만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딸에게 지울 수 없어 자살했습니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에게 죄 짓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까. 언제까지 가난한 이들이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가야 합니까.



그런데 당신은 안녕한가봅니다.

장애등급제 폐지하겠다고, 장애인연금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철썩 같이 약속했었습니다. 부양의무자기준 완화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의 약속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기만과 거짓말로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진행 중인 장애등급제 ‘완화’는 사기이고 기만입니다. 당신이 꼭 이루겠다는 ‘개별급여 시행,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안, 해체안 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죽어가도, 당신은 얼마나 안녕하기에 쉽게 거짓말을 해왔습니까?



우리는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내가 알아서 잘 할 테니 믿고 맡기라는 당신의 말을 이제 믿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20일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484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람이 죽는 세상은 야만입니다. 가난한 이들도, 장애인들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는 투쟁할 것입니다. 기초법 개악의 꿈, 장애인공약 파기의 꿈을 우리는 끝까지 막을 것입니다.



부양의무제 폐지하고, 기초법 개악 저지하자!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연금 공약 이행하라!

민생파탄, 복지파탄! 박근혜정부 규탄한다!

빈곤은 불법이 아니다! 빈민이 아니라 빈곤을 철폐하라!



2013년 12월 17일

기초법개악저지, 장애인연금공약이행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