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사람이 여기 있다!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선포한다!

 

 

한국은 경제순위 10,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노령이나 질환으로 소득이 사라지면 빈곤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이다. 소득과 자산 불평등이 심각하고 빈곤과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지출이 낮다.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15%에 달하고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44.5%를 차지하고 있다. 가계 상위 1%32%, 기업 상위 1%76%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집 부자 한 사람이 1,670가구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상위 1% 집부자들의 주택 보유량이 증가하는 동안 쪽방, 고시원 옥탑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했다. 공급된 주택이 다주택자들의 수중으로 들어가고 집값이 오르는 동안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들은 생활권에서 더 멀리, 집답지 않은 공간으로 밀려났다.

 

불평등한 사회에서 마주한 코로나19와 경제위기가 빈곤과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고용 관계가 불안정한 노동자가 가장 먼저 해고되고, 자영업자 폐업이 줄을 잇고 있으며, 빈곤을 이유로 한 사망이 반복되고 있다. 집을 매개로 한 일상 방역지침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거리나 시설, 쪽방, 고시원 등 집이 아닌,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방역의 예외상태에 놓여있다. 오히려 공공공간에서의 홈리스 강제퇴거 강화, 별도의 방역지침 수립 없는 무조건적 노점단속이 방역을 빌미로 횡행하고 있다. 방역의 시기임에도 이윤 중심 개발정책이 계속되며 집과 가게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강제집행과 퇴거가 계속되지만, 이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나 기자회견이 금지되며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이 가려지고 있다.

 

재난의 시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 주거, 사회보장 등 사회정책 전반에 걸친 재난에 대한 지원이다. 하지만 지난 2년 정부와 위정자들은 재난지원금 대상자 논의에만 열을 올렸다. 위기의 실체를 외면하고 위기를 정책 실험의 장으로 삼는 동안 그 위기의 책임이 개인에게 떠넘겨져, 더 큰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 위드코로나를 이야기하기 전에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불평등한 위기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삶으로부터 내일이 설계되어야 한다. 여기 사람이 있다. 대책없는 개발정책에 저항하는 철거민이, 무조건적 단속에 저항하는 노점상이, 시설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요구하며 싸우는 장애인이, 빈곤과 차별을 거부하는 홈리스가, 불평등한 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우리는 1017 빈곤철폐의 날을 맞아 방역과 공존 가능한 생존을 요구하며,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싸움에 나설 것을 선포한다. 고통은 개인에게 분담되어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없애야 할 문제이다. 불평등에 대응하는 사회정책이 방역이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빈곤과 차별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

 

 

20211012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