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안전하고 안정된 집에 머물 권리를 보장하라


“주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전염병에 직면하여, 적절한 주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잠재적인 사형 선고입니다.” (UN주거권특별고관, 코로나19지침. 2020.4.28)

코로나19 대유행 시대에 집은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집단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습니다. ‘집에 머물기’, ‘외출자제’, ‘자가격리’ 등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은 거리두기가 가능한 적정 면적과 위생적인 시설을 갖춘 안전하고 적절한 집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반지하, 고시원, 쪽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비적정 거처에 거주하는 이들이나 거리나 시설에 거주하는 홈리스들에게 ‘집에 머물라’는 바이러스 예방 지침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집에 머물라’는 1급 감염병 예방 지침이 무색하게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인한 강제퇴거, 계약갱신 거절이나 해지로 쫓겨나는 강제퇴거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해 자영업 피고용자, 임시 일용직 노동자, 청년들은 실업 상태로 내몰리거나 소득이 급감하고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월세로 거주하고 있어 월세 미납에 따른 퇴거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영업 중지는 명령해도, ‘퇴거 금지’, ‘월세 인하’ 명령은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평등한 바이러스가 보여주는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강제퇴거는 ‘해고’와 ‘방빼’라는 이중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내모는 잠재적 사형선고입니다. 

2020년 코로나 감염병 시대에 맞이하는 “세계 주거의 날 World Habitat Day”(올해 10월 5일)은, ‘집은 인권’이며 ‘주거권’의 보장이 그 어느 때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UN 해비타트(UN-Habitat) 사무총장은, 올해 주거의 날 메시지를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는 것은 항상 중요한 문제였지만,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그것은 정말 생사의 문제가 되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모두를 위한 더 안전하고, 건강한 적정 주거를 위해 협력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19 주거 위기는 임대인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극복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코로나19 비상시기,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갱신 거절 및 해지를 금지하는 강제퇴거 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코로나 비상시기, 세입자들이 임대료의 인하를 요구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임대인과 임대료 감액을 협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해외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는 임대료 연체로 인한 강제퇴거를 금지・유예(eviction moratorium)하는 법적·행정적 조치를 즉각적으로 취했고, 최근 유예 기간의 종료를 앞두고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들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부여되었지만, 임대료가 2기 연체되면 계약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4일 통과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같이 주택임대차보호법도 코로나 비상시기 동안 임대료 연체 등의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 및 해지를 금지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하고, 1급 감염병 경제 위기를 임대료 감액 청구 사유로 규정하여 감액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체납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체납 현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임대료 연체 사례가 늘고 있는데, 임차인들은 임대료 체납으로 인해 재계약을 못하거나 명도소송 및 강제집행 예고장을 받고 있습니다. 감염병 시기에 공공이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하거나 퇴거를 압박하는 것은 공공성을 외면한 심각한 문제입니다. 

정부는 퇴거 위기 가구에 대한 주거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퇴거위기 가구 임시거처 제공,  주거급여 지원 확대 등, 현재 정부의 ‘코로나로 인한 주거위기가구 지원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청년·임시일용직 등 실직 비중과 주거 빈곤율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 등의 지역에서 긴급 임시 주거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LH공사가 공가를 활용해서 제공하는 임시거처 외에도 서울시와 SH공사 차원에서 긴급 임시 거처를 확보해야 합니다.

정부는 시설 및 비적정주거 거주자, 거리 홈리스 등을 위한 긴급 주거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UN 주거권특보는 코로나19 지침을 통해, “홈리스들을 위해 호텔 또는 모텔의 객실을 확보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병원 같은 건물을 개조하고, 공공기관이 민간 소유의 빈집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각국에 적극적인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홈리스 등 의심증상자와 기저질환자를 위한 긴급 주거를 제공하고, 전용 필수 위생 설비를 갖춘 임시 주거 지원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6개월 미만의 초기 홈리스(거리·시설)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긴급복지지원제도의를 개선하여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가구를 포함한 모든 홈리스들에게 긴급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그밖에 전기·수도·가스와 같은 필수 주거 생활 서비스 요금의 미납이나 연체로 인한 단수·단전 등의 조치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납부를 유예하거나 감액해야 합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취약계층용 공공임대주택의 신청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모집 공고는 진행되고 있는것에 반해  영구임대주택 모집공고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대면 신청 불가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안전한 주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의 신청방식을 다양화하거나 온라인 신청 등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다운 삶,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코로나 감염병 시대에 맞는 2020년 세계 주거의 날, 우리는 평등한 바이러스 위험이 드러내는 불평등한 사회, 주거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가와 정부에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촉구합니다. 

적절한 주택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잠재적인 사형 선고입니다. 

집은 인권입니다.  


2020년 10월 5일

세계 주거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보도자료 링크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P8lKpuKsF8KV1ZDTuFRt1Y7Y7Ux0zpgdZRmdDdbmCSI/edit?usp=s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