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2020 홈리스추모제 주간선포 기자회견

 

홈리스추모제가 스무번째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1년부터 동짓날이면 추모제를 통해 홈리스 당사자를 추모하고, 홈리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어왔다. 이후 많은 홈리스 지원제도들이 마련되었고, 보다 나아질 것이라 기대를 가졌지만 근본적으로 홈리스 상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홈리스를 지원한다는 다양한 제도들은 홈리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매우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지원대책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애초에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홈리스 지원대책들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 홈리스를 전혀 지켜주지 않았고,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거나 앞장서 그들의 권리를 빼앗았다. 그 사이 죽음을 맞이한 홈리스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홈리스 추모주간을 선포하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박탈된 권리를 되찾기 위해 행동하고자 한다. 올 한 해동안 홈리스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추모하며, 코로나19 감염 위험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취약한 상태에 있는 홈리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되찾고자 요구할 것이다.

 

하나. 사각지대 없는, 전국적인 공영장례 지원체계를 구축하라!

죽음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오듯 존엄한 삶의 마무리 또한 누구라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망한 장소에 따라 마지막 가는 길의 모습은 지극히 차별적이다. 누군인지 기억해줄 지인도, 배웅할 이도 없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이름을 기억해줄 동료가 함께 추모하고, 공영장례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서 파악한 서울시 사망 홈리스는 가장 최소치만 보더라도 295명에 이른다. 매년 이보다 많은 죽음이 있지만 그 사망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는 아픈 현실이다.

서울시와 같이 공영장례조례가 마련된 지자체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등에 대한 공영장례를 진행하지만 공영장례조례가 없는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무빈소 직장장례가 진행되고 있다. 또 현장에서 만나는 무연고 사망자의 숫자와는 달리 실제 통계는 불명확하다. 통계의 부실함이 제대로 공영장례 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의해서는 단순히 사망자 수 수합이 아닌 홈리스 사망자와 무연고 사망자의 죽음의 질을 분석해야 유의미한 통계자료가 될 것이다. 이를 근거로 모든 이들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공영장례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하나. 홈리스 주거지원 확대와 공공주도 순환형 쪽방 대책 마련하라!

지난 4,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은 코로나19 대응지침에서, 위생시설과 잠자리를 공유하는 응급쉼터 시설은 일반적으로 집에 머물고 물리적 거리두기를 선택하기 적절하지 않으며, 시설을 공유하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우리는 코로나 이전과는 달리 새로운 주거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주거가 없는 거리홈리스, 과밀주거형태인 쪽방과 고시원에 거주하는 홈리스들을 위해서는 더 신속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 및 전파로부터 안전한 주거를 마련하고 지원하기 위해 현재의 임시주거비지원사업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서울시 영등포 쪽방을 시작으로 부산지역 쪽방이 선이주 선순환으로 쪽방 주민의 재정착을 지원하는 공공에서 주도하는 순환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 다른 쪽방 지역에서는 공공주도 개발 계획도 없고,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양동지역의 경우 건물주와 관리인의 예비퇴거조치로 인해 주민은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열악한 쪽방거주, 개발사업에 의한 퇴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공공주도 개발이 필요한 시기이다. 동시에 쪽방보다 조금 나은 집이 아닌 인간답게 살 만한 집, 편안하고 안전한 집, 쾌적한 환경이 담보되는 적정 주거 공급을 목표로 세워야 한다.

 

하나. 명의범죄 피해 홈리스 구제방안 마련 및 공공서비스를 확충하고 홈리스 향한 차별과 혐오 중단하라!

 

명의범죄는 주로 홈리스 상태라는 취약한 부분을 악용한다. 그러나 피해 홈리스가 명의범죄 사실조차 인지하기도, 통지받을 주소도 불분명하다. 이런 어려움으로 해결과정 또한 쉽지 않다. 거액의 세금과 과태료, 독촉고지서는 홈리스에게 큰 부담과 압박이 되어 자립 의지조차 꺾고 있다. 명의범죄 피해 홈리스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구제수단에 대한 형식적 요건 완화와 실질적 판단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홈리스가 공적서비스에 배제되지 않도록 신속히 처리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 부족한 공공급식소로 인해 홈리스의 결식이 증가하고 공적 노숙인 급식기관의 밀도가 증가했다. 이는 방역관리를 이유로 전자회원증 도입 및 이용 대상자를 제한하는 단초가 되었다. 서울시는 코로나 위협 속에서 노숙인 일자리 또한 삭감할 계획을 내놓으면서 당사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공공역사는 코로나를 기회삼아 힘들이지 않고 홈리스를 차별하고 쫒아내고 있다. 코로나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급식소의 확대 및 운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공공일자리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대책과 함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홈리스를 위한 공적인 개입과 정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홈리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모든 이들이 함께 살고 코로나 위기도 지혜롭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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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l 홈리스추모제 요구안 링크 : https://bit.ly/3oMZ9S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