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 추모하며,

가난이 비극이 되는 사회를 멈추고 살아 살아내자!

 


송파 세모녀 이후 6, 빈민들의 죽음의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 모녀의 죽음 이후 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회안전망들이 정비되어 왔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한 해에만 강서구에 2인 수급가구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이 부양의무자에게 살해되었고 부양의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악구에서 탈북모자가 아사했으며 성북구에서 네 모녀가 사망했다. 서울을 비롯한 인천, 김포, 부산 등 전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우리는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며, 가난해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사회를 멈추고 함께 살아내자는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현상을 빠져나가기 위한 표피적인 대책이 아니라 실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소극적인 완화조치 중단!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하라!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인 부양의무자기준폐지는 임기 절반을 넘어가는 시점까지 구체적인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고 있다. 2020년 올해 중순 <2차 기초생활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폐지 추가 계획이 발표될 예정이지만 희망적이지 않다. 생계급여의 경우 더 취약한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완화계획을, 의료급여의 경우 폐지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정부에서 언급한 단계적 폐지에 기대했던 가난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실제 자신들은 해당되지 않는 완화조치와 마주하며 더 큰 절망에 빠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사회 마지막 안전망이다. 빈곤층이 고사하는 참담한 현실을 멈추기 위해서는 효과 없는 완화조치가 아니라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하고 조속하게 폐지해야 한다.

 

빈곤층 복지 대폭 확대하라!

한국사회 복지제도의 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공공성도 약하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이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의료서비스마저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정신장애인 102명 중 100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가난하거나 몸이 아픈 사람들을 이윤과 효율의 잣대로 요양병원, 생활시설에 격리해 온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참극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진정으로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재난과 고통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이들을 요양병원에, 고시원에, 반지하방에 가두고 죽음으로 떠밀어온 세상의 모습을 보라. 가난 때문에 닫힌 문 안에서 홀로 죽어가는 사람이 없기를, 이를 위한 마땅한 실천이 뒤따르기를 우리는 촉구한다.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선언은 무한히 반복되었으나, 약속한 이들의 실천은 미약했다. 필요한 제도의 총량을 늘리고 의료, 돌봄 등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가난한 사람들 삶에 안전과 평화를 만들자. 송파 세모녀 6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공약은 언제 이행되는가,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하라!

기초법 개정과 사회공공성 강화, 빈곤층 복지 대폭 확대하라!

가난이 죽음보다 두려운 사회,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멈추자!

 

송파 세 모녀와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영면을 빕니다.

 

 

2020226

송파 세 모녀 6주기 및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의 추모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