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처방에 그친 민생대책

정부가 강조하는 선제적/예방적 대책은 어디로?

 

정부는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거쳐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을 확정 발표하였다. 긴급생계지원, 생활안정지원, 저소득층 주거복지 강화 등에 6조원 가량을 긴급 투입하는 내용으로 추경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바대로 경기침체로 서민․취약계층의 고용과 소득이 줄어들면서 생계 여건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최소한의 생계․주거․교육비 문제를 국가가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기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도 포괄하지 못할뿐더러 경제침체로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빈곤층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출범 이후 항상 강조해온 선제적․예방적 대책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할 뿐이며 대다수 노동자민중을 비정규직-저임금이라는 빈곤의 굴레에 몰아넣는 한편으로 진행되는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

 

1.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비수급 저소득층 120만 가구 260만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비수급 빈곤층은 빈곤인구의 68%에 이르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비수급 빈곤층은 370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400만 명이 넘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소득재산기준의 엄격함으로 인해 최저생계비 이하에 있으면서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중에서 7만 가구 12만 명만 안정적으로 기초생활보장의 수급권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6개월이 기한인 한시적인 지원에 국한된 대책으로 그 기간이 지나면 어찌될지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리고 나머지 100만 명이 넘는 빈곤층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 것인가?

 

1.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회복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지, 내년에 이루어질지 모르며 심지어는 향후 3-4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제 침체에 따라 2008년도에 비해 빈곤인구가 최소 43만 명에서 162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장 실직 등 빈곤에 대한 우선적인 대책방안인 긴급복지지원의 확대는 고작 3만 가구 8만 명 확대에 그치고 있다. 경제침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빈곤층에 대한 ‘선제적․예방적’ 대책이라 하기엔 실로 민망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1. 이번 대책에는 생계지원 뿐만 아니라 교육 및 주거지원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학자금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금리를 낮추고, 대출원리금 납부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학자금 대출이 시중금리보다 2%이상 높게 책정되어 있어 부당하게 부담이 높은 현실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여전히 대출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학자금대출은 무이자로 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빈곤층과 저소득층이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높아만 가는 대학등록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선 시 공약사항인 반값 등록금의 실현은 어느새 잊혀져 버린 空약이 되어 버렸다.

주거지원과 관련해서 대책에는 주거지원 2324억 원 중 대부분인 2000억 원이 주거환경개선에 쓰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빈곤층에게 주거환경개선보다 당장 집 없는 이들, 개발정책으로 밀려나는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주거지원에 있어서는 별 실효성이 없는 부분에 상당부분이 할애되어 있는 상황이다.

 

1. 위와 같이 정부가 밝힌 민생대책은 현재의 빈곤 사각지대를 제대로 포괄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경기침체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빈곤층에 대해서는 대책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포괄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 6개월의 한시적인 대책으로 빈곤층의 생활을 담보하기에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미래예측은 더욱 불확실한 상태이다. 심지어는 현재 부적절하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에 대한 교정도 불충분하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도 눈에 띈다. 6조원이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생색을 내려한 것이 아닌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1. 정부가 항상 강조하다시피 모든 대책은 선제적이고 예방적이어야 한다. 사후적이라 하더라도 실효성 있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 현재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가장 큰 원인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재산의 소득인정기준은 대폭 완화하여 비수급 빈곤층이 안정적으로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 직접적인 생계부담 뿐만 아니라 의료, 주거, 교육 등에 대한 부담을 대폭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의료수급권자를 확대하고, 의료보장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영구임대, 매입임대 등 사회주택정책을 강화하고 빈곤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제도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보육, 간병, 방과후 교육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를 사회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 공공근로 등의 한시적이고 실효성이 불투명한 일자리가 아니라 보육, 간병, 노인돌보미, 방과 후 교육 등 공적 사회서비스를 강화하여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통하여 노동을 통한 빈곤 탈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지기반을 형성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현재 민간시장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충하는 현재의 정책기조는 수정되어야 한다.

 

○ 이를 위해서는 추경예산과 같은 일시적이고 불확실한 예산편성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감세정책이 중단되어야 하고, 건설사업에 지나치게 확대편중된 예산과 국방예산 등을 축소하여 사회복지지출의 예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3.13.

빈곤철폐를 위한 사회연대

antipoor.jinbo.net

공공노조 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노동자의힘,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숙당사자모임한울타리회, 동자동사랑방, 문화연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위례복지센터,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직노숙인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전국자활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 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진보신당,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향린교회, 홈리스공동행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