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사람을 위한 개발이다. 서울시는 쪽방 주민의 주거권을 택하라

 

오늘, 서울시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현안사항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회의를 통해 2020년 1월 16일, 서울시가 결정·고시한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에 속한 쪽방 주민들의 주거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쪽방 주민들의 훗날을 좌우할 회의에 정작 주민들은 단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 서울시는 공무원들과 쪽방 건물 소유주들, 외부 전문가들로만 회의를 꾸렸을 뿐이다.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이것이 서울시와 건물주들이 우리 쪽방 주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오늘 열리는 2차 자문회의가 과연 우리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논의할지 심히 우려스럽다. 서울시는 2019년 10월 30일 개최된 1차 회의를 통해 주민들을 양동 재개발지역 밖에 몇 군데의 고시원을 마련하고, 이주시키려는 계획을 논의하였다. 당시 서울시는 사업시행자가 고시원을 마련하는 대가로 용적률 인센티브까지 주려고 하였다. 개발을 위해 원주민을 내몰고 건물주들에게 더 큰 개발이윤을 보장하겠다는 계획, 쪽방 주민의 주거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계획을 대책이라 논의한 것이다. 오늘 회의 자리에 안건으로 놓일 쪽방 주민에 대한 주거 대책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2년 전 계획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십 수년간 지속된 폭력적인 쪽방 개발과 전혀 다르지 않은, 건물주들의 주머니만 챙기는 막개발이라는 것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주거권을 상상하고 말할 권리가 있다. 동굴인 양 감옥인 양, 벌레집인지 사람 집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 쪽방에 살고 있다고 적절한 주거에 대한 감각마저 잃었다고 착각하지 말라. 보증금 하나 없는 월세방에 살고 있다고 곧 없어져도 좋을 뜨내기 취급하지 말라. 우리가 원하는 집은 우리가 살고 있던 곳에 지어지는, ‘집’으로서 갖춰야 할 기능을 모두 충족하는 집이다. 다중생활시설이니 고시원이니 하는 가짜 집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은 두 번 다시 꺼내지 말라. <주거기본법>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으로 최저주거기준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 어디에도 쪽방 주민은 예외로 하라거나 보증금 없는 사람은 제외해도 좋다는 조항은 없다. 

 

재작년 1차 자문회의를 할 당시 거주하던 471명의 양동 쪽방 주민은 현재(2020.12.31.) 286명으로 확연하게 줄었다. 서울시가 방관하는 사이 건물주와 관리자들이 내쫓았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에서 쪽방 주민 주거 대책을 아무리 잘 세운다 한들 이미 절반 가까운 주민들이 속아서, 건물주와 관리자들의 등쌀에 떠밀려 동네를 떠난 이상 온전한 주거 대책이라 할 수는 없다. 서울시는 양동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주민들을 대신해 상상한 주거 대책이 아니라 주민들이 요구하는 주거 대책을 논하라. 

 

2021년 4월 29일

 

양동 쪽방 재개발 <현안 사항 전문가 자문회의> 대응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보도자료 원문 : https://bit.ly/3nuEZx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