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동자동과 양동 쪽방촌에도 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을 도입하라!


우리는 서울 하늘 아래 가장 낮은 곳, 쪽방촌에 사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 이곳에 섰다. 쪽방촌에 살아가는 우리는 최저주거기준 면적에도 크게 미달하는 2평(6.6㎡) 이하의 작은 방에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며 살아간다. 우리가 몸을 누이는 방엔 전용 화장실도, 부엌도 없다. 심지어 온수와 난방마저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우리는 서울의 강남 주택보다도 높은 단위 임대료, 월 평균 23만 3천원을 내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비싼 임대료와 노후화된 시설 등 쪽방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논의는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나 여태껏 성공적인 정책은 시행된 바 없다. 공공임대주택으로 주민들을 이주시키려는 시도는 보증금 등 비용, 공동체와 기존 생활권 파괴의 문제로 실패하고 말았고 쪽방촌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사업 역시 큰 효과가 없었다. 동자동, 양동 두 지역에 수립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쪽방 주민의 주거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 있다.

2020년 1월 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는 서울 다섯 개의 쪽방지역 중 영등포 쪽방촌에 대하여 새로운 형식의 재개발을 약속했다. 발표한 계획안의 요지는 영등포 쪽방촌을 철거하고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아파트 1,200호를 지으면서, 영구임대주택 370호를 별도로 마련하여 기존의 쪽방 주민들을 전원 입주시키겠다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공간(16㎡)을 약 3만 2천원의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의 다른 쪽방촌 4곳도 영등포와 같은 모델로 사업이 시행되길 희망한다.” 며 “이번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을 시작으로 다른 쪽방촌과 준주거지역까지 햇볕이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발언했다. 우리는 서울 시장의 발언이 부디 말로 끝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영등포형 선순환 개발이 서울 네곳의 쪽방촌으로 성공적으로 연착하기 위해서는 쪽방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 완화가 적용된 동자동 쪽방촌의 재개발(후암동 특별계획구역1)은 올해 5월 말까지 추진되어야 하는 시한부 계획으로, 몇 달 새 속도를 낼 우려가 크다. 양동 쪽방촌을 포함하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주민들과 단체들의 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16일 원안대로 결정·고시되었다. 현재 지구 별 세부 계획이 수립되지도 않았음에도, 건물 폐쇄와 주민 퇴거 등 재개발 예비조치에 따른 주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나아가, 쪽방 주민들을 포용하는 재개발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 반영하여야 한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의 6~70%는 기초생활수급, 경제적 도산과 금융채무 연체, 거리 노숙 등의 경험이 있다. 고령자와 장애인의 비율도 약 30%에 달한다. 따라서 이들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주거시설을 건축하는 것은 물론, 개발 기간 동안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순환용 주거를 마련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동자동과 양동의 쪽방 주민들이 서명을 통해 뜻을 모은 요구안을 각 구청과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에게 제출하려 한다. 주민들이 더 이상 쫓겨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아래 요구안을 반영하여 조속히 동자동과 양동 쪽방촌에도 공공주도 순환형 재개발 방식을 도입하고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 동자동, 양동 쪽방 일대를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라

하나. 쪽방 주민 모두의 온전한 재정착을 위해 영구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하고, 공사 기간 중 거주할 가이주 단지를 건립하라.

하나. 개발 이후 주민 공동체를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주민 자치(공유) 공간을 공급하고 운용 계획을 수립하라.

하나. 임시 및 과도기적 주거로 활용되는 쪽방의 순기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정 물량의 ‘임시주거’를 공급하라 



2020년 3월 23일

<동자동&양동 쪽방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 요구 서명 제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보도자료 링크] https://bit.ly/33AFf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