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 평 ]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권리 해체형, 예산 맞춤형 개악안이다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 해소 없는 수급자 늘리기 생색 중단하라


<논평 요약>

◦ 9월 10일, 사회보장위원회는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급여체계 개편 방안>과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구축방안>을 확정함.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방안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급여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빠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정책일 뿐임.

◦ 이번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음.

1)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부양의무자기준, 최저생계비 현실화에 대한 전폭적인 개선 없음. 실제 사각지대 축소 효과 미미할 것임.

2)정부가 해소된다고 주장하는 사각지대의 급여는 그 절대 액이 매우 작을 것임. 소득보장이라는 기초법의 취지에 어긋난 빈곤층을 우롱하는 ‘생색내기 복지’임.

3)개정안은 급여를 쪼개 각 책임을 주무부처에 이관해 안정적인 복지제공을 어렵게 하고 행정절차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음. 이 폐해는 일선 전담공무원과 빈곤층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임

◦ 2013민생보위는 이번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만적인 결정에 반대하는 바임.



9월 10일, 정부는 제4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과 <국민중심의 맞춤형 복지전달체계 구축방안>을 확정했다. 이들은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 급여별 특성에 따라 선정기준을 다층화하고 급여수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조정하여, 수급대상자를 최대 110만 가구로 늘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수급당사자와 관련 단체로 구성된 민생보위는 금번 발표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방안은 그동안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여전히 고스란히 안고 있고, 수급권자의 권리가 후퇴될 가능성이 높은 개악안이라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부양의무제 폐지, 낮은 최저생계비 수준의 개선 없는 개별급여 도입안은 기존 제도가 안고 있는 사각지대 해소 없는 권리 쪼개기이다


정부는 기존의 통합급여 방식이 탈수급을 저해하고 비수급 빈곤층의 개별 욕구 충족을 등한시한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 특성, 생애주기에 따라 지급되는 교육, 자활, 해산, 강제급여는 모든 수급가구가 일상적으로 지급받는 급여가 아니며 이를 중복-과잉급여라고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낮은 최저생계비로 인해 현금급여 수준이 열악한 조건에서(1인가구 48만원) 낮은 주거급여(1인가구 9만원)는 소득 보충적 성격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였으며, 의료급여는 빈곤가구들에게 절실한 요소이지만, 급여 적용은 건강보험과 마찬가지여서, 비급여의 과다로 의료비 지출은 수급가구들에게도 언제나 커다란 부담인 조건이었다. 또한 제도가 안고 있는 독소조항들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야기했으며, 특히 생계를 달리 하는 자녀나 부모의 소득인정액에 따라 수급자격이 변동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100만 명 이상의 빈곤인구를 제도 밖에 방치하는 핵심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기존 급여 체계를 이렇게 뒤흔들지 않더라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최저생계비 현실화로 선정과 급여 기준을 끌어올리는 것 등 기존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것이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난한 국민들에 대한 제도 확대를 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각계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급여체계의 개편을 추진해오더니, 결국 수급자가 대폭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급여혜택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개편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신청주의에 입각한 제도이며, 수급당사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본인, 부양의무자의 가격기준 변동을 이유삼아, 부정수급을 운운해온 불친절한 제도이다. 이런 제도를 쪼개 본인의 급여계산을 스스로 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제도로 바꾼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수급자의 권리 후퇴를 낳는다. 또한, 주거급여는 국토부로, 교육급여는 교육부로 소관 부서가 이전되면서 복지제도로서의 통합적 운영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들게 하는 상황이다. 지난 6월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으며, 국토부는 신청은 받되 이의신청 등의 민원 업무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주도하는 개편안의 방향을 담은 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 안으로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의 기준을 각 부처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현재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제출한 개편안의 내용이 법체계상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으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충분한 법제도 검토는 국회 차원에서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 없는 개별급여로의 전면 개편은 수급권자의 권리를 쪼개는 것이며, 제도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약화시키는 조치이다.




개별급여의 실체 - 낮은 기준선과 예고된 사각지대


○ 생계급여는 여전히 중생보위의 자의적 결정에 묶어두겠다?

정부가 9월 10일 밝힌 개편안에서는 생계급여 기준선을 중위소득 30%를 고려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한 금액 이하의 가구에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는 생계급여의 기준선을 중위소득 30% 수준으로 정하겠다고 했던 공청회 안에서의 계획을 교묘하게 말바꾸기 한 것이다. 현행 현금급여 기준은 4인가구의 경우 126만원 가량이며, 생계급여의 기준선은 102만원 가량이다. 중위소득 대비 27% 수준인 생계급여 기준선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급여 인상이 아닌 오히려 낮은 수준의 급여선에 생계비를 묶어두겠다는 처사다. 즉, 생계급여 지급 기준선은 중위소득 30%수준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생보위에 의해 자의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상대빈곤선을 도입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경제상황 및 재정여건 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2017년까지 중위 30% 수준으로 조정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경제상황이 언제는 좋았으며, 재정여건은 언제는 좋았던가?


○ 대상자 대폭 확대한다는 주거급여의 실체는?

9월 10일 회의결과에 따르면 주거급여의 대상가구는 중위소득 43%(4인가구 165만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기존 73만 가구에서 97만가구로의 대폭 확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득수준과 연계해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은 저소득 가구의 부족한 생계의 보충수단으로서 주거급여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특히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 기준금액(현행 중위소득의 27% 수준)보다 높을 경우에는 기준임대료에서 자기부담분(소득인정액-생계급여기준금액*0.5)을 제하고 급여를 지급하게 되는데, 이는 신규 수급가구에게 미미한 수준의 주거급여를 지급하게 되는 결과를 낳으며, 기존 수급가구조차 주거급여는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기준임대료를 총 4급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1급지(서울)의 4인가구가 150만원의 소득인정액이 있다고 한다면, 약 4만원 가량의 주거급여만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 가구는 정부로부터 단 돈 4만원의 급여를 지급받으며 ‘수급가구’로 분류되는 것이다. 정부가 주거급여 대상자로 삼겠다는 소득 165만원 수준의 4인가구라면, 이미 주거비자기부담분이 기준임대료를 초과하게 돼 아예 주거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자신들이 급여 대상자로 지정한 빈곤가구조차 포괄하지 못하는 말도 안 는 제도 설계다. 이 문제는 이는 3,4급지로 가면 더욱 심각해져, 4급지(중소도시, 농어촌)에 사는 빈곤가구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4인가구가 소득인정액이 150만원 가량이라면, 소득 수준이 40%를 넘지 않아 의료급여는 지급받을 수 있더라도, 생계, 주거급여는 단 한 푼도 지급받을 수 없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 뿐만 아니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도 포함되므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책대상자에게 아무런 혜택도 가지 않는, 예정된 사각지대를 제도 설계에서 반복하고 있다.

또한, 삭감이 예정되어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와 농어촌 지역의 거주자는 급여 삭감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에 대해 한시적인 이행기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한시대책이며, 이들은 높은 급여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조건을 변동할 것을 오히려 강요받는 것이다. 정부는 매우 낮은 임대료를 지불하는 수급자의 경우 기준임대료 수준까지 주거수준을 상향이동할 유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1인 17만원, 4인 28만원으로 책정된 기준임대료 수준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수준인데, 이 한도 내에서 주거 수준을 상향할 수 있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예컨대 대도시 기본재산액을 초과하지 않고, 소득이 전혀 없어서 주거급여 28만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가구가 있다 치자. 전세보증금을 고려해 살 수 있는 주거수준을 생각해보더라도 이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러한 정책은 민간임대시장의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높은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보완책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또한, 여전히 주거급여는 생계 보충적 성격을 띠므로, 급여가 삭감되는 조건에서 민감 임대주택 거주자가 임대료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동할 동인은 더울 줄어든다. 열악한 민감임대시장에 머물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거수준의 상향과 하등 관계가 없다.

이처럼 낮은 기준임대료, 소득과 연동된 급여의 비현실적 적용, 정책목표대상과 실제 수급대상의 불일치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주거급여가 국토교통부 주관 하에 운영된다는 것은, 복지제도로서의 주거급여의 후퇴다.




기초법 사각지대 주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는 제도 개편은 기만이다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존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기준을 현실화하겠다고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완화되어 왔으나,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으며, 무엇보다도 간주부양비의 부과로, 수급자 본인이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 급여가 일방적으로 삭감되거나 탈락되는 등, 숱한 피해사례들을 낳아왔기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일부 완화의 대상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할 대상임을 우리는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그런데,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개별급여를 도입하면서 각 급여별로 부양의무자기준은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양산의 주범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없는 사각지대 해소 주장에 기가 막힌다.

정부에서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통해 수급자에 대한 일제조사를 시행하면서, 2011년 한 해에만도 16만 명의 수급자가 수급권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로 인한 죽음의 행렬에 정부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복지깔때기를 해소하고, 원스톱 통합서비스 제공 등 체감도 높은 복지를 구현하기 위한 맞춤형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더욱 복잡해지는 제도들이 급여별로 쪼개져 부처별 소관 업무로 변경되는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책이 마련될 것인가? 지난 7월, 장애등급 판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위해 시청을 갔다, 연금공단에 갔다, 이리저리 떠넘겨지는 분통 터지는 상황에서 괴로워하다, 시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故 박진영 씨처럼, 수급권자들의 지위는 더욱 더 불안정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작 제도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사각지대 요인은 해소하지 않으면서, 제도를 급여별로 쪼개 가난한 이들을 이리저리 떠넘기는 꼼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종합적 빈곤대책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강화하고 개안안을 철회하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IMF 외환위기 이후, 빈곤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가난한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제도이다. 수급권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복지제도에서 진일보한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빈곤의 책임을 여전히 가족공동체에 남겨두려고 하는 보수적인 시도와, 복지 수급권자를 낙인찍고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흐름 속에서 정체되었고 심지어 후퇴하였다. 500만 절대빈곤 인구 중 고작 140만 명이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의 우선 순위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이며, 여타의 독소조항을 제거함으로써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기초생활보장 급여체계 개편안>은 욕구별, 맞춤형 급여체계가 아니라, 권리 해체형, 예산 맞춤형 급여체계임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 급여체계 개악안을 막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해소와 수급권자의 권리에 기반한 제도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2013년 9월 11일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13민생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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