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 2009-06-26 05: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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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절망적인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 철회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정책 시행하라!

 

 

정부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6월 1일자로 희망근로 프로젝트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5만 명을 모집해 6개월간 고용하는 한시적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취해온 한시적 일자리 정책은 대부분 저임금의 ‘노동권’ 없는 일자리였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이명박 정부의 ‘희망근로프로젝트’는 한시적이고 노동권 없는 일자리일 뿐만이 아니라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저임금노동자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희망근로프로젝트의 목표를 내수경기 활성화와 실업대책으로 꼽고 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에 예상보다 신청자 수가 많은 것을 보면 빈곤과 실업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인 듯하다. 5월 28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된 ‘희망근로 신청자 접수현황’에 따르면 희망근로 신청률이 107%를 넘어서 공공근로사업과 차별성이 없어 미달 사태를 우려했던 당초 예상이 뒤집혔다. 특히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는 1만 3563만 명 모집에 2만 934명이 신청해 154.3%나 되는 가장 높은 신청률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희망근로 사업의 주요 대상이라고 하는 휴폐업 자영업자 및 청년실업자는 소수에 그쳐 실업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청년실업자가 포함된 10~30대는 2만 7144명으로 신청률이 10.2%에 그쳤고, 6-70대 고령신청자가 13만 6949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51.2%를 차지했다. 일자리 자체가 임금이 낮고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상품권으로 임금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어서, 생활을 영위하고 유지하는 ‘안정적인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턱걸이 임금에, 그 중 30~50%는 상품권으로 지급?

 

최저임금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의 비용을 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2009년 기준 주 40시간 노동하였을 때, 83만6천원에 불과한 그야말로 바닥임금이다.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집단은 이마저도 아깝다고 삭감하는 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그러나 200만에 달하는 노동자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하고 있으며, 많은 노동자들이 지금 수준의 최저임금을 통해서는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만드는 일자리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야 할 것인데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만드는 일자리최저임금을 밑돌거나 최저임금을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낮은 최저생계비 기준선으로 인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도 없어 노동시장에서 얻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 수 밖에 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는 주어지지 않고 그나마 생색내서 만들어준다는 일자리는 이렇게 최저임금에 턱걸이하는 일자리들인 것이다.

 

그런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 최저임금마저도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색내기만 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희망근로프로젝트의 임금을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상품권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정부 스스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43조)에 의하면 임금의 지급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최저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면서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발상자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이 일어나자 정부는 은근슬쩍 관련법을 손질해버렸다.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법적문제에 대해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제21조의2)을 개정하여 논란의 소지를 없애버렸다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근로기준법에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는 조항을 악용하여 ‘공공근로사업 등의 실업대책사업을 실시할 때’ 에는 급여의 일부를 통화 이와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한 것이다. 법조항까지 땜빵 식으로 고쳐가며 이러한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이 상품권의 이용은 주로 식료품 구입에 국한한 재래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나마도 유통기한은 3개월짜리이다. 저임금노동자는, 저소득층은 3개월 이내에 임금은 식료품을 사는 데 소진해야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떠한 근거에 기초한 주장인가? 가스, 전기, 의료, 교육비등 생활에 필요한 공공요금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은 단돈 만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고 아파도 병원에도 가질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 진작과 내수활성화를 위한다는 임금의 상품권 지급 정책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완전히 우롱하는 처사이다.

 

‘절망근로프로젝트’ 중단! 임금 전액 현금 지급!

 

6월 1일, 희망근로가 아닌 절망근로는 시작되었다. 은 최저생계비 기준선으로 각종 복지수혜를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동빈민들에게, 경제위기 상황과 실업상태에 내몰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수행해야 하는 일자리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11월이 되면 끝이 난다. 숱한 계약직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발언조차 하지 못하며 시한부, 계약직 인생을 반복하듯, 이대로라면 정부의 선심 쓰기 일자리 정책에 고용되었던 사람들에게는 아끼고 아껴둔 유통기한 지난 상품권과 빈곤의 굴레만이 남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희망근로프로젝트’는 ‘절망근로프로젝트’라 불러야 마땅하다.

 

사업시행 열흘도 지나지 않아 문제점을 토로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벌써부터 희망근로프로젝트 중도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에서 25만8043명이 희망근로에 참여했으나 사업시작 8일 만인 8일 현재 1만6037명(6.2%)이 희망근로를 포기했다. 일할 분야를 지원하도록 했으나 결국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나는 가난합니다”라고 선전하듯 ‘희망근로’ 조끼를 입고 자신이 원치 않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한다. 더구나,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조차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애써 일해 임금 대신 받은 상품권이 쓸모없는 종이쪽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도 임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자유도 완전히 묵살하고 있는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지속된다면 빈곤과 실업의 굴레에서 절망하고 신음하는 이들은 더욱 큰 절망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막무가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낸 일자리 정책이 실효성 없다며 사업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을 남기고 일자리 정책 자체를 철회할 명분이 생겨날 수 있다.

 

정부는 희망근로프로젝트 참여자에 대한 임금의 상품권 지급 결정을 취소하여 임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것이며, 실업대책과 일자리 창출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현재 희망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업시행과정에서 탁상행정이라는 사회적 비난에 면치 못할 것이며 나아가 빈곤과 실업으로 고통 받는 천만 빈민, 저임금비정규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09년 6월 11일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 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노숙당사자모임한울타리회, 동자동사랑방,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복지연대, 반빈곤네트워크(대구),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위례복지센터,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실직노숙인종교시민단체협의회, 전국자활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 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보신당,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향린교회, 홈리스행동(준)] / 반빈곤네트워크(대구) [감나무골 나눔과섬김의집, 민중행동,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서공단노조, 인권운동연대, 주거난방기본권대책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장애인지역공동체, 한국사회당 대구시당, 쪽방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