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들을 사지로 내모는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즉각 철회하라!

한국철도공사 서울역 측은 지난 20일, 역사 내 거리홈리스를 퇴거시키는 내용의 내부 방침을 확정하였다. 서울역측은 공식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언론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8월부터 오후 11시 이후에는 서울역사 내에서 모든 홈리스들을 퇴거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퇴거 조치는 용역 업체를 통해 이뤄질 것이며, 이미 거리홈리스들에게 사전 통보 및 계도작업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서울시는 퇴거당한 거리홈리스들을 인근의 노숙인상담보호센터(거리노숙인 이용시설)와 노숙인쉼터로 입소 유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역 측은 서울역 이용객들의 민원을 들어 역사에서만 강제퇴거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혹서와 혹한 등 거리상황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공공역사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는’원인에 대한 대처도 아니며, 부족한 노숙인쉼터수, 과부화된 거리노숙인시설 등의 현황을 모르는 처사로서 미봉책일 뿐이다. 특히 용역업체를 통한 퇴거조치의 강행은 자칫 거리노숙인을 폭력의 상황에 노출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단언컨대, 서울역의 이번 일제 퇴거 방침은 유래 없는 일로서 극한의 빈곤에 몰린 사람들의 생존권을 포함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귀결될 우려가 큰 위험천만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금번 조치는 거리노숙인의 생명까지 빼앗을 수 있는 심각한 극약 조치로서 즉시 철회되어야 한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무방비상태인 노숙인들이 역사 바깥으로 축출된다면 사망사고가 심히 우려된다. 매년 서울지역에서만 300명의 홈리스들이 사망하고 있고 대부분의 사망사건은 동절기만큼이나 하절기에도 높게 발생하고 있다. 거리노숙인에게 추위뿐 아니라 더위도 사망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하며, 그 나마의 최소한의 수준으로 신체를 보존할 수 있는 서울역에서조차 축출된다면 홈리스들의 사망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서울시는 지난 18일 ‘혹서기 노숙인 등 취약계층 특별보호대책’을 시작하였다. 물론 순찰강화, 위생관리 등 실효성있는 대책은 아닐지언정 혹서기 홈리스 건강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건을 대비해 대피소와 같은 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으로 역사에서 내몰아 시설로 몰겠다는 서울역의 방침은 고객이 아닌 홈리스들의 인명손상 따위는 상관할 일 아니라는 파렴치한 작태라 하겠다.

둘째, 서울역 측은 이번 홈리스 퇴거 조치에 용역들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럴 경우 폭력 사태가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홈리스에 대한 이해나 유대가 전무한 인력들이 투입될 경우 폭력적인 내몰기가 예측되며, 건강상태가 열악한 거리노숙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가져올 것이 염려스럽다. 또한‘노숙자 차림’등 외모로 작위적 기준을 만들어 홈리스들에 대한 차별과 인격권 침해가 유발될 것으로 보여 이번 조치는 매우 우려되는 바 크다.

셋째, 서울역의 방침에 동조하는 서울시 역시 규탄 받아 마땅하다. 서울역의 방침이 나오기 이틀 전 혹서기 홈리스 대책을 시행하겠다던 서울시는 서울역 측의 강제퇴거 조치에 항의는커녕 동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혹한기에 서울시가 서울역 측에 홈리스들의 역사 내 취침을 요청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거리노숙인의 인명보호에 있어서 일관성 없는 처사다. 서울시는 서울역 퇴거 홈리스들을 인근의 상담보호센터와 쉼터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상담보호센터는 취침 공간 이외의 곳까지 잠자리로 활용할 만큼 이미 과포화 상태다. 쉼터 역시 열악할 설비의 보강과 시설의 걸러받기의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원활한 입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거리노숙인의 상당수는 쉼터 입소 경험이 있는 이들로 쉼터 기능의 문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런 기능 부전을 해소하지 않고 입소 유도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정당하지도 않다.

서울역 이용객들의 홈리스에 대한 민원의 본질은 홈리스 상태에 대한 대책없이 해소는 불가하며, 이에 대한 책임분담은 공공역사인 서울역 측에도 있다. 이번 일제 퇴거조치 이전에도 서울역은 홈리스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사망사건, 사망 방조와 같은 비인간적 작태를 저질러왔다.

공공역사에 거주하는 홈리스들과 그에 따른 이용객들의 민원은 홈리스 문제를 겪고 있는 세계 어디서나 목격할 수 있다. 다만 그것에 어떻게 접근하는 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프랑스의 경우 철도공사가‘국철의 연대위원회’를 구성, “공공서비스로서 사회문제의 방파제가 되겠다”는 기조 하에 거리홈리스들을 역사에서 몰아내기 식이 아닌, 응급숙박시설, 주간상담소 등을 역 인근 혹은 역사 내부에 설치하고 그에 따른 복지지원을 연계하여 탈노숙과 지역정착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빈곤 문제인 홈리스 문제에 대한 대책은 단속이 아니라, 공공역사에서 ‘긍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서울역은 거리 홈리스들을 사지로 내 모는 이번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공공역사로서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논의자리에 대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강제 퇴거, 축출이 아니라 역사를 발판으로 지역사회로 들어가는 긍정적인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만약, 서울역이 이번 방침을 고수하고 강행처리한다면 본 단체를 포함한 단체는 물론 홈리스들의 분노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서울역을 벗어나기를 가장 원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홈리스 당사자들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 7. 20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 홈리스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