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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또 한명의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사회적 타살

 

 

- 보건복지부 부양의무자 재조사로 수급탈락한 60대 노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어제 청주에서 또 하나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기초생활 수급자이던 60대 노인이 부양의무자 기준에 초과돼 수급 탈락 통지를 받고 좌절한 나머지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노인은 호적상의 아들이 재산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에 초과된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할 처지에 놓였고, 동사무소에 제출할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생계가 막막한 앞날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이른 것이다. 벌서 몇 번째인가? 복지제도 수급자가 제도의 장벽에 벽에 부딪혀 세상을 등지고 있다. 작년 10월, 자신의 일용직 노동 소득으로 장애인인 아들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것을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 새해벽두,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삶이 막막한 나머지 동반자살한 수급자 노인 부부,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부양의무자 재조사로 수급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복지예산 요구를 발표하며 ‘서민 희망’과 ‘미래 준비’를 위해 대폭 증액한 복지예산 요구안을 제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현행 최저생계비 130%에서 185%까지 상향해 수급자를 늘려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수급자를 절망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야만적인 행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행복 e음 사회복지통합전산망 도입에 따라, 2010년 수급자에 대한 소득, 재산 조사가 이뤄진 데 이어, 2010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부양의무자 소득 및 재산 재조사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기초생활제도 사각지대를 낳는 주범이자, 수급자의 자존감과 생계를 위협하는 반인권적 독소조항임이 사회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동안에 이루어진 부양의무자 확인조사를 통해 대거 수급탈락 및 수급비 삭감 사례가 발생하였다. 40대 탈시설 장애인 부부의 생계수단의 전부였던 기초생활수급비가 이 조사로 인해 6월부터 33만원 가량이 삭감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70대 아버지의 소득 때문이었다고 한다. 울산에 사는 30세 장애인이 20여 전 헤어진 어머니의 배우자 즉 양부의 소득 때문에 수급비 7만원 가량이 삭감되어 이의신청을 하려 하자 이의신청마저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하였다. 한편, 부양의무자 가구원수를 잘못 입력해 수급비가 깎였다가 원상복구되는 해프닝까지 발생하였다. 1인가구의 경우 최대 46만의 수급비로 살아가는 수급자들에게 실제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소득과 재산 때문에 수급비가 깎이거나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것은 이들의 생존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부양의무자 확인조사에 따른 업무처리 요령’을 발표하여 적극적 권리구제를 지시하였다고 하나, 일단 이 조사로 인해 수급자격이 박탈되거나, 수급비가 삭감된 수급자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수급자격을 9월까지 유예하도록 한다고 하지만, 생계비 삭감 상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급자에 대해 사전안내와 충분한 소명절차를 제시하도록 했다지만 일선에서는 들쑥날쑥인데다가, 예산압박에 시달리는 지방정부 전담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을 따름이다. 이번 부양의무자 재조사로 발생한 수급탈락, 수급비 삭감 사례의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은 이에 대한 파악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하였지만, 복지부에서 돌아온 답변은 자료를 공개할 수 없으니, 2009년 수급자 현황 보고서를 참조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복지 행정이 가난한 이들을 절망의 빈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내몰고 있다. 기초생활 수급 이외에는 아무런 생계수단도 갖지 못한 이들이 실제로 부양받지 못하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재산을 이유로 수급권이 박탈당하는 상황은 이들에게 삶을 포기하라는 통보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찾아주세요, 알려주세요, 소외된 우리 이웃”을 외치며 복지 사각지대 일제조사를 하면서 실제로는 수급자 걸러내기 작업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복지부의 행태는 기만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겉으로는 사각지대 해소, 실제로는 수급자 축소하는 보건복지부의 기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규모가 410만 명에 달하며, 그중 103만 명이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통계다. 보건복지부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최저생계비의 185%(그것도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의 경우에만)으로 상향하여 약 6만 1천명의 사각지대 해소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예산요구를 편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전체 수급자 규모가 2011년 160만 5000명에서 2012년 요구안에서 157만 명으로 3만 5천명이나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정부의 논리는 점점 수급자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예산에서 인원을 적게 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빈곤인구가 줄어들고 있는가? 생계비 지원을 포함, 여러 분야의 복지 지원이 절실한 우리 이웃들이 줄어들었는가? 가장 빈곤한 국민을 위한 제도 운영의 기본은 빈곤 상황에 대한 파악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제도의 진입장벽을 해소하여 사각지대 인구를 포괄하고 그 안에서 다층적인 복지지원을 모색, 연계하는 방식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자 규모를 축소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일선에서 엄격한 재조사를 통해 수급자를 걸러내는 데에만 몰두하고, 걸러내는 과정의 가혹함을 완화하기 위한 일부의 구제조치만을 실시하는 보건복지부의 기만적인 행태가 분노스럽다. 10년을 넘겨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각지대 부양의무자기준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복지의 책임을 떠맡길 수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미명 아래, 수급자 개인의 생존권을 박탈하며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빈곤으로 인해 해체된 가족관계를 더욱 악화하는 독소조항임이 명백하다. 사회적 빈곤 해결의 출발점은 10년이 넘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수급자를 삶의 벼랑으로 내모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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