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돈의동 쪽방 주민 A씨의 고독한 죽음에 부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와 통합적 빈곤정책을 요구한다!


지난 20일 종로구 돈의동 쪽방지역에서 사망한지 최소 3일이 지난 것으로 보인다는 A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쪽방 및 빈곤층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곤 하는 고독사(孤獨死)의 모습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죽음조차 쓸쓸하다. A씨는 생전 장애가 있어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폐지 수집 등으로 하루 8천원 짜리 쪽방에 기거하고 있었지만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부양의무자기준이 낳은 사각지대가 또 하나의 사회적 죽음을 부른 것이다.


얼마 전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맞춤형 복지를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개편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안에는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늘리려는 생계급여 수급자 규모는 10만 명에 불과해 400만의 기초법 사각지대, 100만의 부양의무자기준 사각지대에 한참 미달한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축소되어온 수급권자 규모에도 미달해 ‘사각지대 개선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부양의무자기준은 그 범위 등이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그러나 수급자가 대폭 확대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부양의무자기준 축소를 빌미로 ‘아랫돌 빼어 윗돌괴는’ 정책을 반복해왔을 뿐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모든 국민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부양의무자기준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한다.


고독하게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A씨의 상황은 우리 사회 빈곤정책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통합적 빈곤정책’을 지향하며 만들어졌지만 낮은 보장수준과 너무 넓은 사각지대로 인해 그 효과가 충분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우리 이웃들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만을 갖는 것으로 면죄부를 얻으려 할 것인가? 통합적 빈곤정책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 강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통해 가난 때문에 더 힘들게 살고 더 외롭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을 추모하며 빈곤과 차별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바란다.



2013.5.23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