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명 ]

‘돈벌이 경영’은 환자의 건강을 외면하는 공공의료 책임 방기이다

-공공의료사수를 위한 서울대병원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며

 

서울대병원노동자들이 파업 사흘째에 접어들었다. 환자들의 건강을 돌봐야 할 병원노동자들의 파업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서울대병원노동자들의 파업은 병원경영자 측의 ‘돈벌이경영’을 비판하고,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며 우리나라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외치는 정당한 목소리이다.

서울대병원은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고 한다. 검사실적을 더 늘리라며 환자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교수 1인이 3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고, 또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값싼 주사기, 끼자마자 찢어지는 장갑, 수액세트, 기도 흡인 튜브 등 저질의 의료재료를 도입해 의료사고 위험을 높여 환자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에 고용된 비정규직 규모는 1,143명에 달하는데, 이는 민간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19.1%)보다 높다고 한다. 특히 청소, 세탁, 급식 노동자 등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업무를 맡은, 병원에 필수적인 노동자들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매우 높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병원 환자 급식 외주화 문제는 13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며 내걸고 있는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 환자 식사 직영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 인력 충원 △임금인상 △병원 내 조직문화 개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의 요구는 서울대병원이 ‘돈벌이경영’에 병들고 있는 현실을 치료하려는 올바른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의료를 선도해야 할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며 공공의료 파기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것은 병원노동자로서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행동이다.

 

올해 상반기 적자경영을 이유로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이 폐업되는 상황을 겪었다. 돈벌이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을 위해 적정진료를 행해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돈벌이 진료’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진주의료원폐업사태에 대해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기는커녕 의료의 이윤추구행태를 조장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의사단체도 반대하고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격의료’등을 ‘창조경제의 일환’이라며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책임은 시늉에 그치고 있다.

 

병원이 ‘돈벌이’에 치중할수록 의료비부담으로 병원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난한 이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병에 걸려도 치료할 기회를 가지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윤 추구’의 경영논리 속에서 국민도 병원노동자도 이들이 이용하고 일하는 병원도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국민의 건강마저 이윤 앞에서 내팽개쳐지는 병든 현실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과정이기도 하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투쟁을 우리는 지지하며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 쟁취를 위한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2013년 10월 25일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