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여성, 중증장애인, 노점상이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서 한국사회 빈곤문제를 사회적으로 제기한 최옥란의 죽음으로부터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최옥란이 당시 외쳤던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민중 생존권 쟁취요구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특히나 기존의 불평등을 경로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위기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22년 현재에도 전국 곳곳의 최옥란들이 자신의 삶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2022년 최옥란, 도시빈민 노점상, 철거민이다.

더 많은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 성장과 개발 앞에 도시빈민들의 삶이 처참히 쫓겨나고 내몰리고 있다. 재난의 위기 상황에서도 방역을 빌미로 한 노점단속은 강화되었다. 하루 3만 원 버는 노점상에게 16만 원의 폭탄 과태료가 부과되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철거민들을 내쫓기 위한 강제퇴거는 방역의 예외로 작동했다. 모이지 말고 집에 머물라는 상황에서도 수십, 수백 명의 용역이 몰려와 철거민들을 집과 가게에서 내몰았다. 불평등한 위기를 최전선에서 겪으며 무너진 삶을 되찾기 위해 생존권을 요구하는 도시빈민들의 목소리는 집회 금지에 가로막히고 불법이란 딱지가 씌워져 폭력과 모욕을 마주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2022년 최옥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다.

바이러스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비리와 폭력, 각종 인권침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중심의 복지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장애인들은 노동과 주거, 이동과 교육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차별적인 비장애중심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거리 홈리스들은 재난의 위기 상황에서 급식과 의료공백 문제, 공공장소에서 퇴거 등 형벌화 조치를 일상에서 마주하고 있다. 가난에 처한 누구에게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낮게 유지하며 수급자들이 건강한 식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포기하게 만들고, 부양의무자기준을 존치하며 가난한 개인과 가족에게 빈곤의 책임을 떠넘기며 대량의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옥란의 죽음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가? 성장하고 발전한 사회에 왜 도시빈민과 장애인의 자리는 없는가? 왜 여전히 쫓겨나고 내몰리며 일상에서 폭력과 모욕을 마주해야 하는가?

 

우리는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사회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을 선포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불평등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실패로부터 발생했다.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는 길에 우회로는 없다. 개발로 인한 퇴거를 당연시하고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용인해 온 사회가 현재의 위기와 불평등을 만들어냈다. 불평등 보완이 아니라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자. 우리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방조하는 세상에 맞서 도시빈민과 장애인의 생존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사회로부터 불평등한 세상을 끝장낼 수 있음을 선언하며, 빈곤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싸움에 나설 것을 선포한다.

 

 

2022321

 

 

주기 빈민 장애인 투쟁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20최옥란열사

 

 

*별첨1) 기자회견문

*별첨2) 최옥란열사 약력

*별첨3) 최옥란열사 명동동성당 농성 결의문 (200112)

*별첨4) 최옥란열사 20주기 주간 전체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