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_2022-02-25_12-22-06.jpg

 

송파 세모녀 8주기, 빈곤없는 세상을 원하는 우리의 입장

추모를 넘어 행동으로, 고립을 넘어 연대로! 빈곤을 철폐하자

 

2010년 근로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있는데 왜 복지를 신청하냐는 면박에 주민센터를 나와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게 있다며 죽음을 선택한 아버지가 있었다. 2012내가 죽으면 아내에게 수급권을 달라며 요양병원에서 투신한 노인이, “쌀 한포대가 아닌 자립을 원한다는 유서를 남긴 30대 가장이,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한 후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법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냐는 한탄을 적고 음독한 노인이 있었다. 2014, 송파 반지하방에 살던 세 모녀는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출근 길 빙판에 넘어져 팔을 다치고 생계가 막막해지자 함께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월세와 공과금 70만원, ‘주인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입니다로 남았다.

 

가장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성찬의 이면에는 하루 평균 36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나라라는 그늘이 있다. 눈부신 발전을 칭송할 때마다 우리 사회의 발밑에는 평생을 노동하고도 가난 속에 스러져가는 사람들의 죽음이 쌓였다. 우리의 손발노동은 세상의 구석 구석을 일으켜 세웠으되 한 번도 제 값을 받아본 일 없이 체계적으로 착취당했고, 덜 가진 사람들의 거주지는 재개발로 쉽게 싹쓸이되고 비싼 건물로만 채워졌으며 최종적 위기에 빠졌을 때도 사회는 가난을 외면했다. 빈곤이라는 사회 위기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데 너무나 능숙해진 나머지 집단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송파 세모녀 8주기를 맞아 우리는 다시 한국 사회 빈곤문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심각한 임금 격차, 질병이나 장애가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사회, 가난에 빠지는 순간 철저히 고립되고 차별받는 사회에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인가. 우리는 빈곤 문제해결이 아니라 빈곤 자체를 발생시키지 않는 사회로의 이행을 요구하며, 그 길은 가난한 이들의 권리보장과 차별철폐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는 바다.

 

문재인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약속조차 완전히 이행하지 않았고, 유력 대선후보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빈곤층과 빈곤문제에 대한 무지와 혐오는 대선 이후의 세상을 그저 더 두렵게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요구한다. 한 번의 실패가 낙오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 병치레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는 사회, 가난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싶다.

 

변화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만 만들어 진다. 송파 세모녀를 기억하는 오늘의 추모는 슬픔을 넘어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고립을 넘어 서로에게 보내는 연대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죽지 말고 함께 싸우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2022225

송파 세모녀 8주기 추모제를 맞아 참가자 일동

 

보도자료 [보도자료]송파세모녀8주기추모제_기초법공동행동420공투단.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