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주거급여 10월 시행을 핑계로

기초생활보장법 졸속개정을 재촉하지 말라!

 

 


20131231, 새누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정부당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기초생활보장법 파괴안이며 빈곤 심화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날,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이후 논의되어야 할 <주거급여법>은 통과되어버렸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적쌓기에 치중한 일부 의원들의 과오가 가장 크지만 현재 더 큰 문제는 이를 빌미로 기초생활보장법 날림 개정을 선동하는 이들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계류 중에 있다. 우리는 새누리당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며, 새누리당의 기초법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떳떳한 정부의 안으로 국민들과 직접 빈곤문제를 토론해야 한다. 꼼수입법, 뒷문발의로 이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7월부터 주거급여법 시범사업이 시작되며 10월부터 전면 실시하겠노라 선언하고 있다. 이는 주거급여법이라는 기초생활보장법의 7개 급여 중 하나의 급여를 빌미로 기초법 전체 통과를 종용하는 억지스러운 태도다.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빠른 개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정이 중요함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제기 하는 바이다.

 


기초생활보장법의 조속한 통과 없이도 주거급여 시행은 가능하다.

-현재 정부여당과 일부 학자들은 주거급여법 시행을 핑계로 기초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선동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급여 시행은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이 없이도 가능하다. 기초생활보장법 상 수급자들에게는 현행과 같은 급여체계를 유지하고, 새로운 주거급여법 상 추가되는 급여가 있는 가구에게는 국토교통부가 보충적으로 급여를 보장하면 된다. 주거급여법 시행에 따른 선정기준의 상향으로 신규 진입가구에게는 현재의 방식으로(가구규모별 평균주거급여액) 주거급여를 지급하면 된다. 이것은 이번 7월 전국 4만가구에게 실시하는 시범사업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안일뿐만 아니라, 아무런 신규 사각지대 없이 제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만약 이후 개별급여가 도입되더라도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주거급여보다 후퇴하는 주거급여, 예고된 사각지대를 제도 설계에서 반복하고 있다.

-이번 주거급여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선전처럼 수급자가 대폭늘지도, 급여자들의 주거급여 수준이 상향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기존 최저생계비(중위소득40%)나 현금급여수준(중위소득31%)보다 주거급여 기준을 대폭 완화해 중위소득 43%로 시행할 것이라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120%)에도 미달하는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30%)이상의 가구에게 자기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 언론에 소개된 예시를 보자. 해당 기사에 나온 예시는 다음과 같다.


-서울에 사는 4인가구의 가장 A씨는 수급을 받고 있음. 월급이 165만원으로 오를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4인가구 최저생계비 163만원을 상향하게 되어 모든 급여를 박탈당함.

-이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에 따르면 일부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됨. 주거급여 기준은 174만원, 교육급여 기준은 202만원이 되어 보장받을 수 있음.


-그러나 A씨 가구가 이런 제도 개편을 통해 실제 보장받을 수 있는 급여는 다음과 같다.


-주거급여를 보장받으나 자기부담금이 신설되어 A씨의 경우 한 달 6만원의 주거급여를 받게 됨. 자기부담금은 {소득인정액(165)-생계급여기준금액(121)}*0.522만원. 서울 4인가구의 기준임대로 28만원(현재 4인가구 주거급여 29만원)에서 자기부담금을 빼면 6만원을 받음

-이는 그나마 서울에 사는 가구이기에 6만원이라도 받는 것임. 서울경기인천 외 기타 모든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주거급여 대상자는 되지만 단 한 푼의 주거급여도 현금으로 보장받지 못함.(경기인천의 경우 2만원)

-교육급여는 50%로 상향되지만 이는 아직 확실하지 않음. 교육급여의 현금급여는 초중생의 경우 일년에 39천원, 고등학생은 13만원 정도로 매우 낮음. 의료급여 기준선은 현행과 제도 개편 이후에 전혀 달라지지 않아 탈수급 유인제고라는 개별급여 도입 목표를 무색하게 하고 있음.


-이번 개편안의 기준임대료는 기존 주거급여보다 오히려 하향된 가구들이 많고, 특히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전체 지역이 모두 하향되어 새로운 차별이 될 수 있다. 현재 73만의 기초생활수급 가구들은 1급지인 서울에 15.2%, 2급지 19.4%, 3급지 24.9%, 4급지인 지방에 40.5%가 살고 있다. 결국 4급지에 살고 있는 295천 가구를 비롯한 다수의 가구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2014년 중위소득 기준> (단위: 만원)

구분

1인가구

2인가구

3인가구

4인가구

5인가구

6인가구

중위소득

149

254

329

404

478

553

중위소득50%

75

127

164

202

239

276

중위소득43%

64

109

141

174

205

238

중위소득40%

60

101

131

162

191

221

중위소득30%

45

76

99

121

143

166

 

<2014년 최저생계비 기준>

구분

1인 가구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

5인 가구

6인 가구

최저생계비 기준

60.3

102.7

132.9

163.1

193.3

223.4

현금급여 기준

48.8

83.1

107.5

131.9

156.3

180.7

주거급여

10.7

18.3

23.7

28.8

34.4

39.8

 

<개정안에 따른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1급지

2급지

3급지

4급지

1

17

15

12

10

2

20

17

14

11

3

24

21

17

13

4

28

24

19

15

5

29

25

20

16

6인 이상

34

29

24

19

(1급지: 서울, 2급지: 경기인천, 3급지: 광역시, 4급지: 그 외)

 

진짜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가? 날치기 종용말고 순서를 지키라!

송파 세모녀는 어머니가 몸이 아파 실직하기 전 150만원의 소득이 있었다. 만약 이들 가구에게 이번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단 한가지의 급여도 보장받지 못한다. 기준에 부합하는 급여는 교육급여 단 하나지만 이들 가구에는 학령기 자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150만원의 소득 중 한 달 50만원의 월세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반지하방에 사용해야 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은 정말 빈곤의 위협에 빠져 있는 이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인가? 확인할 수 없다. 개정안의 내용이 확인되면 확인될수록 오히려 새로운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높은 빈곤진입율, 낮은 빈곤탈출률을 갖고 있다. 이는 탈수급을 하지 않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탈수급해도 탈빈곤 할 수 없는사회구조의 문제이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급여 도입이니 탈수급 유인 제고를 운운하며 채찍질만 가하고 있다. 탈수급을 명분으로 사각지대를 더욱 양산하는 꼴을 낳을 수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짜 문제는 빈곤하더라도 수급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존재이며, 이는 낮은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기준 등 기초생활보장법의 핵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개정안에 이러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정부의 이번 기초법 개정안은 배가 아파 병원에 찾아온 환자에게 엉뚱하게도 팔다리에 기브스를 처방하는 것과 다름없는 꼴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복지는 빠르고 나쁜 복지가 아니라 조금 늦어도 제대로 된 복지.

 


새누리당과 정부는 하루빨리 우리의 권리를 박탈하고 외면하는 잘못된 기초법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운운하지 말고 제대로 된 대안 마련을 위해 직접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4627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동당,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동자동사랑방,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




*이 논평은 서울신문의 <빈곤해결못하는 기초보장제, 급여체계 개편을 서두르자>는 기사(http://economy.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society/201406/e20140622175928117920.htm&ver=v002)에 대한 반박논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