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복지예산, 빈곤층 생존불안, 미래암울

‘중도실용,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가 ‘민생안정, 미래도약’이란 이름으로 2010년 예산·기금안 주요내용을 9월 30일 발표했다. 이 중에서 정부는 복지지출 증가율이 예산증가율의 세배에 달하며, 총 지출 중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사상 최고’라는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환영할 만하지 않다.

‘사상 최대’라는 복지지출은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이다.

정부는 복지지출이 사상최대라고 되풀이하여 강조하지만, 복지지출이 늘어나서라기 보다는 다른 분야의 증가율이 떨어졌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올해 복지지출 증가율 8.6%는 노무현 정부시절 평균증가율 10.1%에 못 미친다. 그리고 추경예산안에 비해서는 0.7%증가에 그쳐 물가상승율 3%를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당초에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예산보다 1조원이나 줄어들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보건복지가족부 일반회계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21.7%에 달했는데, 오히려 2010년 예산은 0.8%, 1471억원이 감소했다. 지난 5년간 한번도 감소한 적이 없었는데, 사상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늘어난 예산도 제도에 따른 자연증가분 3조원과 복지지출로 보기힘든 보금자리주택 2.6조원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사실상 250여개에 달하는 다른 복지사업예산은 거꾸로 삭감된 것으로 보여진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2010년 7월부터 도입하겠다는 중증장애인연금은 전형적인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예산편성과 정책이다. 장애연금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장애수당은 경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지급되고, 중증장애인에 대한 수당은 연금으로 전환되는 데 기존 장애수당에 해당되는 금액이 1079억원에 달하여 신규로 투입되는 예산은 395억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장애인차량 LPG지원액 1100억원이 사라지고, 생계급여와 중복급여로 지급되던 775억원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내년에 도입이 예정되는 장애연금제도의 수급자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제외되고, 국민연금 가입자만 대상으로 되어 있어 실제 수급자는 전체 대상의 10%를 조금 넘을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장애인연금’ 도입을 환영해야 할 장애계가 오히려 현행 장애연금도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빚을 내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누려라?’

대표적인 ‘친서민정책’으로 홍보하고 있는 게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이다. 얼핏 생각하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주고, 갚을 능력이 있을 때 갚으라는 좋은 취지의 제도인 것처럼 비춰지고 당장 목돈이 필요한 이들은 이 제도의 시행으로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이자의 차액을 감당한다 하더라도 예산의 지출과는 관계가 없는, 대출을 받는 이에게는 ‘빚’일 뿐이다. 어쩌면 학생 때 빚을 지고, 졸업 후에도 이 빚을 갚다가 좋은 세월 다 보낼 수가 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취업 후 상환하는 것과 더불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을 줄이는 일이다. 정부는 이 제도의 시행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차상위 계층에게 지급되었던 등록금보조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연 450만원 지급되었던 것을 200만원으로 줄여버렸다. ‘병 주고, 약 주고’식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서민’에서 ‘빈민’은 제외?

복지예산 증가액 6조 4천억원 중에서 2조 6천억원이나 차지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의 주된 대상은 은행대출까지 포함해서 3-4억원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전월세에 살고 있는 가구가 590만가구, 1600만명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  중에서 보증금이 1억원 미만인 경우가 96%에 달하고, 3천만원인 미만은 67%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그나마 싸다고 알려진 보금자리주택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 하나의 친서민정책으로 홍보되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의 일종인 ‘미소금융’의 대출대상에서도 금융채무불이행자와 개인파산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대출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정책’의 ‘서민’에서 ‘빈민’은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 외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금 568억원, 사회적 일자리창출 지원금 325억원, 기초수급 생활자 의료비 지원 540억원 등이 없어질 예정이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면서 한시생계구호사업은 전액 없애버렸고, 긴급복지예산도 1000억원이나 삭감될 상황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밝힌 2010년 복지지출을 뜯어보면 빈곤층에게는 “생존불안, 미래암울”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