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복원 10, 잊혀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929일자 청계천 복원 10주년 ... 19천만 명 발길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오늘 청계둥이 13명이 참여하는 ‘10주년 기념식을 시작으로 10월 한달 동안 정말 다양한 사업들이 청계천을 가득 메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사업들을 보는 우리들은 마음이 쓰산하기만 합니다. 10년 전 청계천 거리를 가득메웠던 당사자들이지만, 오늘은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불청객으로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청계천은 복개되기 전에도, 복개된 후에도 사람이 함께 어울어져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지금의 청계천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의 사람들이 서로의 합의와 조정을 통해서 조성된 사람의 사업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청계천에서 생활을 일궈왔던 상인들의 뽑혀진 삶에 대한 것입니다. 10주년을 축하는 자리에 이 자리를 비워냈던 상인들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합니까?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 상인들에게 가든파이브로 들어와 장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워진 가든파이브는 쉽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싸지가 않았고 막상 들어간 사람들이 본전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상권이 보장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두사람이 떠나 이제 가든파이브에서 실제 장사하는 청계천 이주상인은 100여명에 불과합니다. 불법이라는 올가미에 덧씌어진 노점상들의 삶은 더 비참합니다. 서울시가 시키는대로, 중구청이 시키는대로 이리저리 부평초처럼 떠도는 사이 누구도 보듬지 않았던 이들의 삶은 길거리의 화단보다도 못한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그렇게 수만명의 삶이 바로 여기 청계천에서 도려내졌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준비한 10주년 잔치상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올라설 빈 구석이 보이질 않습니다. 가든파이브 이주 상인들이 제안한 시민토론회는 서울시와 SH공사에 의해 야멸차게 거절되었고, 황학동으로 밀려난 노점상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강제철거가 되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청계천의 그림자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손사레를 쳐왔습니다. 그럼에도 청계천의 햇빛은 자신들의 몫이라고 10주년 기념사업을 개최합니다.

 

우리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청계천10주년 사업의 곳곳에 직접적으로 개입함으로서 이 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뿌리뽑힌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관광객의 방문과 생태의 복원은 뿌리뽑혀 떠도는 청계천 상인들의 차디찬 현실과 합쳐질 때 비로소 제대로된 청계천 복원 10주년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관광객 2억명이 자랑스러우십니까? 청계천 상인들을 밀어낸 자리를 차지한 높은 상업건물들과 주상복합 건물들은 그동안 얼마나 돈을 버셨습니까? 시민의 세금으로 흐르는 청계천 앞마당에서 연일 개최되는 관제 행사는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제는 이곳에서 뽑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청계천10주년 기념행사의 불청객이 되기로 자임했습니다. 초대해주지 않았으니 불청객이 된 셈이고, 기념하기보다는 한탄하고 슬퍼할 것이기 때문에 불청객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오늘부터 이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불편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직접 행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켜지지 않은 청계천복원 10년의 약속을 다시금 이야기해야 합니다.

 

10월이 지나기 전에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품에 들어가 있는 한 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깥의 밀려난 이야기에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이 자리는, 끝끝내 그냥 잊혀지지는 않겠다는 자그마한 자기 선언입니다. 가볍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5101

 

 

가든파이브비상대책위원회, 2015반빈곤권리장전실천단, 노동당서울시당, 빈민해방실천연대, 서울시민연대,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