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6세 청년을 죽인 기초법, 사각지대 해소는 어디로 갔나?

- 근로능력평가와 부양의무자기준이 목졸라 죽인 이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구멍 난 복지제도가 또 다시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63일 오후 26세 청년 이모씨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살던 임대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410월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후 '함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서 SH공사로부터 퇴거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함께 살았지만 함께 살지 않았다.

이씨의 죽음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들 의문은 '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을까?'일 것이다. 그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씨가 전입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는 수급권이 박탈되거나, 수급비가 깎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구 단위로 수급권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내에 근로능력 있는 가구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수급에 탈락하거나 수급비가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으나 26세 청년인 그가 근로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실제 취업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근로능력평가

국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씨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취업을 하기 힘들었고, 일자리를 구해도 한 달을 채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한 불안감/공포심이 덮쳐와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이유나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주기를 파악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발작을 경험한 것 자체로 움츠러들어 불안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씨는 일자리를 갖고,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로능력평가에서는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씨와 같이 정신장애나 지적장애의 경우 신체에 장애가 없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일정치 않아 그 판단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근로능력없음 판정을 받기 어렵다. 이 경우 일정기간의 병원이용기록이나 약을 복용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지만, 최저한의 삶도 유지할 수 없는 비수급빈곤층은 안정적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다. 2014년 비수급빈곤층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수급빈곤층 3명 중 1명은 돈이 없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능력있는 가족에게 빈곤층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온전한'보장을 받기 위해선 수급가구가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위와 같이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구 내에 없어야만 한다. 국가가 전 국민의 기초적인 삶을 보장하겠다는 제도가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원 혹은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설계는 제도의 보장을 받는 사람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 수많은 빈곤층을 최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으로 밀어넣고 있다.

 

 

전 국민의 권리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기준과 조건부과수급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도도입취지의 대상마저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 이에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빈곤층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길 바라며 아래 내용을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가족에게 부양의 책임을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

하나,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하는 조건부수급조항을 폐지하라!

 

 

 

2016614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