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2021 홈리스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홈리스추모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여기에 모인 우리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매년 동짓날을 기해 주거권을 비롯한 보편적인 권리를 요구해 왔지만, 훼손당한 권리는 여전히 그 회복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는커녕, 홈리스의 위기는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위기가 홈리스의 열악한 주거를 타고 증폭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첩된 위기 속에 우리는 또다시 수많은 홈리스 당사자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에 우리는, 열악한 거처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존엄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해야 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때 이른 죽음을 막기 위한 보편적인 권리의 보장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존엄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주거대책을 마련하라

첫째, 동자동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 지구로 신속히 지정해야 한다. 지난 2월, 정부는 전국 최대의 쪽방 밀집지역인 동자동 쪽방촌을 ‘先(선)이주 善(선)순환’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재산권을 앞세운 건물주들의 집단 반발과 시행 주체인 국토부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 동자동 쪽방촌의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정부는 이윤을 위한 압력이 아닌, 주거권을 위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코로나19 감염 홈리스에 대한 주거 및 치료대책이 즉각 마련돼야 한다. 최근 홈리스 거처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열악한 거처에 머무는 확진자가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확진 및 밀접접촉 홈리스가 자가격리가 가능한 환경에서 머물 수 있도록 임시생활시설을 즉시 제공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거처에서 머물고 있는 홈리스에게 적정 주거를 제공하는 대책 역시 수립돼야 마땅하다.

코로나19 위기는 ‘주거권 보장’이라는 오래된 요구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거권 침해라는 양분을 먹고 자라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은 적정 주거의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거 빈곤, 주거 불평등이란 오래된 질병을 치유하지 않는 한 이 질긴 전염병 또한 사라질 수 없다.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홈리스의 존재를 부정하는 형벌화 조치를 중단하라

올해 초 서울역 노숙인 응급잠자리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사태는 집합적 형태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현행 홈리스 지원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낸 계기이기도 하였다. 직후 서울시는 지원체계 이용자에게 강도 높은 개인 방역을 요구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방역에 취약한 홈리스 지원체계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개선하고 복지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집합적인 방식으로 제공되는 복지지원을 분산하고 개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더불어 강제퇴거와 물품압수, 노숙지 폐쇄 등 공공기관에 의해 행해지는 형벌화 조치들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 적정 주거가 선택지로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형벌화 조치들은 홈리스의 생존권을 위협할 뿐이다.  

 

 

장사법 개정과 보편화된 공영장례 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존엄한 마무리를 보장하라

누구나 사망한 장소, 가족관계나 경제적 형편에 관계없이 존엄한 마무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공영장례 지원체계를 일신하여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체계를 이룰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혈연주의에서 벗어나 ‘내뜻대로 장례’, ‘가족대신 장례’가 치뤄질 수 있도록, 무연고자의 사망이 보건위생상의 과제가 아닌 동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과제로 삼을 수 있도록, 부고와 추모를 위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공성 강화’의 원칙 하에 장사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2021년 12월 15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l 보도자료 원문 링크 : https://docs.google.com/document/d/18_I4eiIDK2xZHXLWmWKHYWXNa7p36u50mAyNLUhWEFs/edit

l 홈리스 추모제 요구안 링크 : http://antipoverty.kr/xe/index.php?mid=publish&document_srl=1268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