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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용산정비창 투기 개발과 공공부지 매각, 그린워싱으로 감출 수 없다

- 9.23 기후정의행진, 우리 모두를 위한 땅,

주거권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선포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면서, 국내 최초로 지역단위 도시개발에 대한 친환경·저탄소 평가인증제도를 도입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 단지를 둘러본 오 시장은 친환경 평가인증체계(LEED)를 개발운영하는 미국 그린빌딩협회(USGBC)서울시 친환경 도시개발 인증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서울형 LEED(LEED ND SEOUL)을 개발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최초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기후위기와 건축도시개발 부분의 탄소배출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도시개발에 대한 친환경 인증제도 도입은 반가운 일이겠지만, 마냥 환영할 수 없다. 서울시의 친환경 도시개발 인증체계 구축은 투기적 부동산 개발을 친환경으로 감추는 그린워싱의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친환경인증제도를 통한 건설 분야의 그린워싱

이미 건설 분야에서 친환경인증제도를 통한 그린워싱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국내의 녹색건축물 관련 인증제도들은 용적률 및 높이 등 건축기준 완화, 재산세 및 취득세 감면 등 세제 완화,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 경감 등의 각종 특혜를 부여받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더 높고 더 많은 개발과 건축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 녹색건축물 관련 인증에서의 건축기준 완화 혜택을 중첩해서 받을 수 있도록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국토부 고시)을 개정했다.

오세훈 시장이 적용하겠다는 친환경인증체계인 LEED도 그린워싱에 활용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2010년 개관한 지상 366m의 뉴욕 뱅크오브아메리카 타워(BAT), 초고층 건물로는 세계 최초로 LEED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하며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초고층 건물이라는 찬사와 함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2012년 뉴욕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BAT 타워가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건물보다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더 많은 단위면적당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생태도시로 위장한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

오세훈 시장이 서울형 LEED를 도입하겠다고 한 용산정비창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여의도 2배 면적(50)의 공공토지다. 작년 7, 용산정비창 부지를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할 당시 오세훈 시장은 기후위기, 친환경, 생태도시를 키워드로 언급했다. 그러나 발표 내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24시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융복합 국제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입지규제최소구역이라는 규제특례구역제를 최초로 도입해 용적률 1500%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발표에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설 거라는 전망이 부동산 업계의 욕망으로 분출되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에서 언급된 기후위기와 친환경은 불이 꺼지지 않는 대규모 다국적 기업 도시의 개발을 위한 위장에 불과했다.

 

그린워싱에 감춰진 본질, 투기개발과 공공택지 매각

그린워싱에 감춰진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본질은 부동산 투기개발과 공공토지의 민간 매각이다. 서울시가 밝힌 개발구상은, 공공에서 먼저 12조원 가량을 투자해 부지·인프라를 조성한 뒤 민간에 구역을 쪼개 매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 기반시설을 조성해주는 공공 특혜를 얹어 대규모 도심 공공토지를 부동산 투기세력과 민간 기업에 팔고, 민간개발로 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 인증은 더 높고, 더 돈 버는 개발의 각종 규제완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지금까지 도시개발은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고, 엄청나게 비싸진 땅과 건물을 몇몇 기업과 개인이 독점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친환경, 생태의 녹색 페인트를 칠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서울 도심의 공공부지인 용산정비창을 민간 매각해 개발하는 것은, 친환경을 내세운 기업이 도심의 토지를 독점하고, 공공의 땅이 모두 사유화되는 것이다. 결국, 소유하지 못한 우리는 그 땅에서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배제되고, 치솟은 땅값집값으로 그 주변 도심에서도 밀려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9.23 기후정의행진, 우리 모두를 위한 땅, 주거권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선포하자

용산정비창 공공부지는 지금 당장 살만한 집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땅인 동시에 미래세대가 그들의 필요 때문에 활용해야 할 공공의 땅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땅, 미래를 위한 땅을 빼앗고 팔아넘기도록 둘 수 없다.

오세훈 서울시는 시민을 위한 공공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서울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평등한 논의 구조를 마련하고, 투기적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을 구상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이제 며칠 후 9.23 기후정의행진이다. 기후불평등이 불평등한 주거의 조건을 따라 기후재난으로 드러나는 지금,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우리는 서울시의 그린워싱된 토건개발의 본질을 폭로하며 행진할 것이다. 부동산 개발과 소유가 아닌 주거권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내놔라, 공공임대! 팔지 마, 공공의 땅! 늘려라, 세입자 권리!”를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