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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권력의 용산 시대가 아닌 우리의 용산 시대를 열자”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싸고, 이제는 ‘용산 시대’라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용산 시대’가 열렸다며 윤비어천가를 부르짓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말하는 용산 시대는 무엇인지 우리는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함께 용산공원 개발을 서두르겠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말은, 그의 후보시절 민간주도 개발 활성화 공약과 맞물리면서, 용산 시대를 강력한 부동산 키워드로 부상시켰다.  권력의 용산 시대를 부동산 호재와 개발의 기폭제로 띄우는 재벌기업산하 경제연구소들과 보수 경제언론들, 용산지역 토호세력과 투기세력,  정치인들로 연결되는 강력한 부동산 동맹들은 정치권력과 재벌·부동산 권력이 합작한 용산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권력이 들어설 용산공원과 불과 1km 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국공유지인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는데 혈안이되어 있다. 10여 년전 실패한 오세훈의 국제업무지구 개발프로젝트가, 권력이 연 용산 시대로 동력을 얻게 되었다며 국제업무지구를 윤석열-오세훈의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띄우고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과거 투기적 개발과 부동산 욕망의 상징이었다. 사업비 31조의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고 칭송하며, 마천루가 높이 솟은 조감도로 유혹하던 그 욕망의 신기루는 부도 선언과 빚 폭탄을 남긴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 사기’로 무너졌다. 그렇게 빈 땅으로 남겨진 50만㎡의 정비창부지에 대해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용산을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며, 국제업무지구로의 개발을 재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제 곧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제 다국적 기업 유치를 표방하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부족하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기존 업무지구와의 제로섬 게임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산업구조의 지속적인 변화와 수도권 공간구조의 변화등을 고려하면 미래의 추가적 업무 수요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유치가 성공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 글로법 기업들과 초고층의 소비공간이 즐비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비싼 땅이된 일대의 주거비를 감당 할 수 없어 외곽으로 밀려나는 외국의 초화화 기업도시를 꿈꿀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우선시 되는 인간적인 도시를 꿈꿀 것인가? 용산정비창 개발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권력과 자본의 용산 시대인가, 시민의 용산 시대인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아니러니 하게도, ‘용산 시대’라는 표현은 2009년 도시 재개발과 강제퇴거 문제로 여섯 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당시에도 사용했던 표현이다.  당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대책위원회는 용산참사 현장에서 “‘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는 현수막을 걸고, 참사 현장을 방문해 시대를 목격해 달라고 호소했다. 용산참사 100일을 앞두고는  ‘용산 시대’라는 이름의 실천단도 모집해, 시대의 아픔을 알렸다. 이는 당시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로 용산 시대를 표방한 용산구청과 서울시의 욕망에 맞서, 그 투기 개발로 촉발된 용산참사를 잊지말자는 호소의 상징 문구 였다.

이제 우리는 권력과 자본의 용산 시대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자!  용산정비창에서부터 투기적 개발 욕망과의 단절을 선언하자! 국제업무지구의 높은 빌딩 숲과 소유로 귀결되는 호화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거부를 선언하고, 이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축출되지 않는 도시를 선언하자!  일방향으로만 진행됐던 전문가들의 도시 계획을 거부하고, 평등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공간으로 용산정비창의 미래를 상상하고 선언하자! 기업위한 국제업무지구 말고, 시민위한 공공주택을 선언하자!  용산정비창 시민선언 운동으로 권력의 용산 시대가 아닌, 우리의 용산 시대를 열자!! 

2022. 4. 28

 

기업위한 국제업무지구 말고 시민위한 공공주택을, 시민선언운동 선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