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죽음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라

즉각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요구한다

 

방배동 김씨의 죽음이 발달장애를 가진 그의 아들에 의해 5개월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 생전에도 고달팠을 모자의 삶은 10년이 넘도록 체납된 건강보험료, 개발로 수십억이 오가는 동네에서 주거급여로 겨우 지불해온 월세 20여만원, 공공근로 이후 수개월간 뚝 끊긴 소득, 장애인 등록조차 하지 못해 김씨 죽음 이후 거리 노숙으로 바로 내몰린 그의 아들의 처지로 짐작할 수 있다.

 

김씨 모자가 살고 있던 서초구는 그간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알려졌을때 다른 지자체가 그랬듯 여러 핑계를 댔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무때문에, 주거급여 수급자였기 때문에,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어려운 삶을 몰랐다고 한다. 사각지대에 몰린 이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몰랐다고, 조사하겠다고, 발굴하겠다고 핑계만 댈 셈인가? 서초구는 서울시내 대표적인 부촌이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서초구청장은 재개발 규제완화부터 재산세 인하까지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지켜줄 방안은 세세히 고민하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 이가 어째서 이들의 죽음 앞에는 겨우 조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지 묻고싶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같은 사례의 반복에도 정부는 제도 개선의 의지가 없다. 방배동 김씨의 죽음은 지난해 발생한 인천 일가족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복지부는 당시 인천 일가족이 사각지대로 발굴되지 않은 이유로 주거급여 수급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배동 김씨 또한 주거급여만 수급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소득이 끊기고, 건강보험료가 10년이 넘도록 체납된 모자가 주거급여만 수급한 이유가 무엇인가. 부양의무자 기준의 장벽 때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신청조차 포기했던 것이다. 인천 일가족의 죽음 이후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곡예하듯 삶을 겨우 이어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찾아와서 공언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하염없이 나중으로 밀리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갔다. 정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2022년까지의 완화계획만을 내놓았고,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허언을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의료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었던 김씨가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다고 한들 병원 문턱을 밟을 수 있었을까?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야 할 이들에게 내놓는 대안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재 자체가 장벽이며 구멍임을 왜 애써 무시하는가.

 

부양의무자기준조차 폐지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또 다시 사람이 죽었다. 이들의 죽음 앞에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 모두가 공범이다. 방배동 김씨의 명복을 빌며,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를 요구한다.

 

20201218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